베낀 상표는 무효 확정 상관없이 '상표권 침해'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1.03.18 16:10 / 수정: 2021.03.18 16:10
타인이 먼저 출원한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등록받아 사용했다면, 상표의 등록 무효 심결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상표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타인이 먼저 출원한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등록받아 사용했다면, 상표의 등록 무효 심결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상표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대법, '무효 심결 전이면 침해 아냐' 기존 판례 변경[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다른 사람이 먼저 출원한 상표와 같은 상표를 등록해 사용했다면, 등록 무효 심결(지식재산권을 무효로 하는 절차)이 없어도 상표권 침해라는 대법원 법리 해석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8일 자신의 상표와 유사한 표장(상품명·상호 등)을 사용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등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원고 A 씨는 'DATA FACTORY'라는 상표·서비스표를 등록해 2013년 7월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사업을 했다. 하지만 2016년 B 회사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B 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B 회사는 소송 중 이 상표를 사용한 상품으로 상표등록출원을 했고, 1심 변론이 종결된 뒤 상표등록을 받았다.

B 회사 측은 "상표등록을 받은 뒤 이 상표를 사용한 것은 정당한 사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A 씨 측 등록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B 회사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A 씨 측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각각 1000만 원,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타인의 선출원 등록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등록받아 사용했다면, 후출원 등록 상표의 등록 무효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상표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라고 선언했다.

대법은 "선출원주의·상표법 취지에 비춰 보면, 지식재산권이 서로 충돌할 경우 선출원 권리를 우선 보장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며 "이는 상표권 사이 충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은 이러한 법리가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원심판결 취지를 유지한 것이지만, 대법은 A 씨 측의 청구 취지에 손해배상 기간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이날 대법 판단은 '후출원 등록 상표가 무효화되지 않았다면 선출원 등록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라는 기존 대법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이기택·노태악 대법관은 "이 판결은 시간적 순서를 근간으로 구축돼 온 지식재산권법의 기본 원칙과 국제적 입법례에 부합한다"며 "판시 내용이 명쾌해 법적 안정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대법 관계자 역시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지식재산권법의 법 규정과 취지에 부합하는 법리를 세웠다. 사건의 통일적 해결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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