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는 공수처가"…검찰 '김학의 출금 수사' 첩첩산중
입력: 2021.03.14 00:00 / 수정: 2021.03.14 00:00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차규근 영장기각·이성윤 저항…수사팀 축소에 새 총장 등장도 임박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김학의 사건' 수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검찰로 넘어왔지만 마무리까지 앞날이 복잡하다. 공수처는 수사는 이첩했지만 기소는 직접 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사활을 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한 번 제동이 걸린데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사도 저항이 거세다. 수사팀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로 '뒷배'도 사라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지난 1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게 재이첩받은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를 재개했다. 공수처가 수사진을 선발 중이어서 수사를 즉각 시작할 수 없나는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사건을 재이첩했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방지 등 공수처법 취지상 공수처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검사·수사관 선발에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수사에 전념할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이첩 받은 검찰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절차상 위법 여부 △당시 외압으로 인한 수사 중단 여부 등 두 갈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요청서에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한 혐의로 4차례 출석해 조사받은 이규원 검사를 조만간 다시 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지검장에게도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이 지검장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 지검장은 앞서 3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26일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로의 재이첩 가능성이 제기되자 "공수처법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전속관할을 규정하고 있다"며 검찰에 사건을 돌려줘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따라서 향후 검찰의 수사에도 협조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수사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4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했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수사팀은 14일 차 본부장을 불러 추가 조사할 예정이지만 법원이 혐의는 소명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도주우려 없음으로 기각해 영장 재청구가 쉽지만은 않다.

수사팀에 파견돼 있던 검사 2명이 원대 복귀하면서 수사팀 규모가 축소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수원지검 형사3부에 파견 중이던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의 파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고 원래 부서로 복귀시켰다. 1개월 이내의 파견은 검찰 총장 승인만으로 가능하지만 1개월이 넘을 경우 법무부 승인이 필요하다.

임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불법 승인한 혐의를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주임 검사로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검사는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사건의 주임검사다.

다만 법무부는 지금까지 수사팀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했지만 더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검이 법무부와 협의 없이 파견을 1개월 연장해 근무한 임 부장검사는 인원이 부족한 소속 부천지청 업무가 과중해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경목 검사는 지난달 1일자로 부산지검으로 발령났으나 1개월 수사팀에 파견근무했고 3월1일자로는 부산지검에 복귀하도록 통지한 상태다. 이제 사람이 필요하면 수원지검 내에서 충원하라는 게 법무부 요구다.

이미 차규근 본부장에 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수사가 진척됐고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수사팀장인 이정섭 형사3부장이 유임됐으니 수원지검 인력으로도 수사를 마무리하기 충분하다고도 본다.

검찰로서는 시간이 마냥 주어진 것도 아니다. 공수처가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사건을 다시 가져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가 정리되면 다시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2일 재이첩 결정을 설명하면서 여건이 되면 사건을 가져와 수사할 수 있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수처 수사진 구성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까지 검찰 수사가 진척이 없으면 사건을 가져가려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후임 총장 인선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감있게 진행돼 빠르면 내달초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이래저래 검찰로서는 3월 안에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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