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왜 고통스러웠나…엇갈린 그 날의 기억
입력: 2021.03.11 00:00 / 수정: 2021.03.11 00:00
한동훈 검사장 관련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검사장 관련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독직폭행 혐의' 정진웅 공판…압색 수사관 증인신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한동훈 검사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수사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한 검사가 넘어져 고통스러워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에게 물리적 공격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29일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 중 한 검사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그를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독직폭행)로 같은 해 10월 기소됐다.

독직폭행은 경찰이나 검사 등이 직무 수행 중 다른 사람을 폭행했을 때 적용되는 죄명이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사관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정 차장검사가 법무연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을 캠코더로 녹화하는 일을 맡았다. 법무연수원은 한 검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법정에 선 A 씨는 8개월 전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되살렸다.

수사팀 동료보다 약 10분 늦게 현장에 들어간 A 씨는 소파에 앉아 압수수색 영장을 보고 있는 한 검사와 맞은 편에서 이를 지켜보는 정 차장검사를 봤다. 사무실 밖에는 포렌식 요원 2명이 대기 중이었다.

A 씨가 캠코더로 촬영을 시작하자 한 검사는 목소리를 높여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현장 인원이 눈짓으로 '캠코더를 넣어라'는 신호를 보냈고, A 씨는 촬영을 중단했다.

분위기가 고조된 건 한 검사가 '(압수수색에) 변호인이 참여하게 해달라'며 압수수색 대상물인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했을 때다.

이에 정 차장검사는 '사무실 전화를 쓰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사무실 전화를 쓰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압수수색의 기본이 아니냐"고 답했다. 재판부가 '넘겨짚는 대답은 하지 마시라'고 주의를 주자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고쳐 말했다. 한 검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동의를 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압수물이 휴대전화라 압수물을 사용하려면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검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변호인에게 연락하길 원했다. 변호인이 한 검사의 개인 번호가 아니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다. A 씨의 기억상 탁자 위에 놓여 있었던 한 검사의 휴대전화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주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한 검사가 어떻게 휴대전화를 잡게 됐는지에 대해 A 씨는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정 차장검사가 이를 제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이는 곧 '허락'을 의미한다고 증언했다. 사건은 이 순간 터졌다.

A 씨: (한 검사가) 손으로 가리듯 입력을 하려 했고 정 차장검사가 자기도 봐야겠다며 다가갔고….

재판부: 피해자는요?

A 씨: 입력하고 있었고 그러고 (정 차장검사가) 바로 '이러시면 안 되죠' 하고 사건이….

검찰: 사건이 벌어졌다?

A 씨: 네.

검찰: 피해자가 소파 바닥에 쓰러지기 전까지 기억나는 상황은 무엇입니까?

A 씨: 기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재판부: 현장에 있었으니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A 씨: 제 기억으로는 한 검사가 팔을 뻗었고 정 차장검사도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습니다. '휴대폰 빼앗아'라고 해서 제가 휴대폰 잡고 소파 위에 올렸는데, '더 멀리 치우라'고 해서 협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끝났습니다.

A 씨가 '명확하지 않다'며 애써 더듬은 기억 속 순간은 정 차장검사·한 검사 역시 엇갈리는 부분이다. '한 검사의 증거인멸이 의심돼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다 중심을 잃고 함께 쓰러졌다'는 것이 정 차장검사 입장이다. 반면 한 검사와 검찰은 '통화를 위해 휴대전화 암호를 풀던 중,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의 팔과 어깨를 잡고 소파 아래로 누르는 형태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A 씨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행동은 없었다"고 했다.

한동훈(오른쪽)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수사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한 검사장이 넘어져 고통스러워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배정한 기자
한동훈(오른쪽)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수사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한 검사장이 넘어져 고통스러워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배정한 기자

어쨌든 바닥에 쓰러진 한 검사는 고통스러워했다고 A 씨는 기억했다. 정 차장검사는 이를 두고 수사기관에서 '오버 액션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정 차장검사의 진술과 궤를 같이하지는 않았다.

검찰: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듣고 '오버 액션'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증인이 보기에도 '오버'하는 거였습니까?

A 씨: 잘 모르겠습니다.

재판부: 고통 호소하는 소리가 어느 정도로 컸습니까?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였습니까?

A 씨: 네.

검찰: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라고요?

A 씨: 너무 뭐, 비명 정도는 아니고 '아! 아! 아!' 이 정도였습니다.

재판부: 짧게 세 번 정도 끊어진 거예요? 아니면 한 번 크게 '으아아악'?

A씨: '으아아악'은 아니고 '아, 아, 아' 이렇게였습니다.

고통스러워하던 한 검사는 이후 한 바퀴 구르더니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쟁점은 한 검사가 고통스러워한 이유가 단순히 넘어져서인지, 아니면 정 차장검사의 폭행 때문인지다. A 씨는 두 사람이 함께 넘어져 물리적 접촉이 있었던 건 맞지만, 공소사실처럼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를 밀고 눌렀는지는 명확히 말하지 못했다.

검찰: 피고인이 피해자 팔과 어깨를 잡고 몸 위에서 밀어 눌렀습니까?

A 씨: 그 부분은 못 봤던 것 같습니다.

검찰: 정확히 못 보셨습니까?

A 씨: 네.

검찰: 피고인이 피해자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는 과정에서 팔이나 어깨를 잡았습니까?

A 씨: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한 검사가 바닥으로 쓰러져 아파했던 건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압수수색 현장에서 벌어진 '해프닝' 때문이었을까.

당사자들의 기억이 엇갈리는 만큼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증언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날 재판에는 또 다른 목격자 B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됐지만, A 씨의 증언이 길어지면서 B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 재판으로 미뤄졌다.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사건 다음 재판은 다음 달 5일 오후 2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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