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발탁 이은 정권과 갈등…윤석열의 589일
입력: 2021.03.04 15:37 / 수정: 2021.03.04 15:37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추미애 장관과 격렬한 충돌…가족 수사 부진에 비판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강골 검사'로 통한 윤 총장은 '검찰개혁 완성'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파격적으로 발탁됐으나, 이른바 '정권 수사'와 수사지휘권을 두고 법무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징계 처분을 받았다가 복귀하는 등 굴곡진 2년을 보냈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에서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밝혔다. 2019년 7월 25일 취임한 지 약 1년 7개월, 일수로는 589일 만이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6월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전임 문무일 총장이 사법연수원 18기였는데 5기를 건너뛴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파격적 승진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총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당시 청와대는 후보자 지명 이유로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도 설명했다.

청문회를 거쳐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윤 총장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한 공정한 공권력 행사를 기치로 내걸었다. 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 총장은 "형사 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 집행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한 공권력 행사'라는 그의 다짐은 취임 한 달 뒤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은 이른바 '조국 사태'부터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윤 총장 취임 한 달 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조 전 장관 일가를 겨냥한 의혹 제기가 빗발쳤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은 시민단체 등의 고발장 접수로 이어졌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2019년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은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을 특수2부(지금의 반부패수사부)에 배당하고 3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무서운 속도로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은 고강도 수사 끝에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친동생 조모 씨, 오촌 조카 조모 씨를 구속기소 했다. 조 전 장관 역시 같은 해 12월 불구속기소 됐다.

정권의 핵심 인사와 그 일가를 정조준한 수사·기소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자루를 놓지 않는 모습이 윤 총장답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피의자 조사 없이 정경심 교수를 조 전 장관 청문회 중인 심야에 전격 기소하는 등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반발도 컸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도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 사건 공소장에는 청와대 참모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35회 등장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이두봉 대전지검장에게 맡긴 월성 원전 사건도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사항에 대한 수사라는 논란이 뒤따랐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는 모습. 맨 오른쪽에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모습도 보인다. /뉴시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는 모습. 맨 오른쪽에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모습도 보인다. /뉴시스

반면 자신의 배우자 김건희 씨·장모 최모 씨 관련 고발 건에 대한 가족 수사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윤 총장의 장모 최 씨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데도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22억 9000만 원의 요양 급여를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에게 가족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한 뒤에야 불구속기소 됐다.

배우자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으나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이달 말 만료된다. 김 씨 관련 의혹을 고발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고발장 접수 한 달여 만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 사퇴 뒤 후임으로 취임한 추 전 장관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추 전 장관 취임 직후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벌인 신경전은 지난해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극에 달했다. 이 사건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관계돼 더욱 파장이 컸다.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자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됐다. 추 장관은 이를 포함해 총 2차례 6개 사건에 대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판사 사찰·검언유착 의혹 감찰 방해 의혹에 휩싸이며 직무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선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집행정지 소송에서 승소하며 일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같은 해 12월 검사 징계위원회는 판사 사찰과 감찰 방해 등을 징계 사유로 인정하고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이 처분을 재가하며 같은 달 17일 자정부터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으나, 직무배제 때와 마찬가지로 집행정지 소송에서 승소하며 일선으로 돌아왔다.

추미애(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그래픽=김세정 기자
추미애(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그래픽=김세정 기자

1년여 동안 갈등을 빚은 추 전 장관이 사직했지만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는 결국 파국을 불렀다. 수사청은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을 말한다. 윤 총장은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수사청 설치 추진은)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3일) 대구고검을 방문해서도 윤 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계 진출 의향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구고검 방문 뒤 오전 휴가를 냈던 윤 총장은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이날 오후 "이 나라를 지켜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라며 사의를 밝혔다. 약 1시간 반 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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