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청 추진에 검찰은 '폭풍전야'…윤석열에 쏠리는 눈
입력: 2021.03.02 00:00 / 수정: 2021.03.02 00:00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며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이선화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며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이선화 기자

대검, 검사들 의견 수렴…3일 윤 총장 입장 밝힐지 주목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 권한 분산의 마지막 쟁점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이 가시화되면서 검찰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검사의 수사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하면서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며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대검을 통해 검찰 의견을 받아 취합한 뒤 국회로 제출한다. 대검은 3일까지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주 검찰의 공식 입장이 나올 수도 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수사청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관련된 모든 수사권을 수사청에 이관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공소와 기소만 담당하게 된다.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다.

검찰 내에서는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수사권까지 잃는다면 조직 해체나 다름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직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 여부는 정상적 형사사법시스템의 유지에 직결되는 일임은 검사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평검사회의가 아니라 전국 검사 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와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도 '수사와 기소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여당의 입장을 반박했다.

대검은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서라도 법안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조만간 윤 총장이 입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 때 입을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일정은 윤 총장 임기 중 마지막 지방검찰청 순방이라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며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덕인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며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덕인 기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판 의견도 일부 나오는 상황이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윤 총장이 지휘한 '특수통' 중심의 과도한 수사가 오히려 여당의 수사청 추진에 빌미를 줬다는 주장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태도가 오히려 (수사권 완전 분리의) 명분을 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윤 총장이 징계 국면에서 복귀하자 수사권 분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상반기까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수사청이 출범할 수 있다. 수사청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공청회에서 "검찰은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라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다"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많은 권고사항을 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검찰이 직접 수사라는 권력을 갖고 있는 이상 검찰개혁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지만, 기존 검찰이 힘을 쓰던 특수분야 수사권은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바뀐 역할에 따라 검찰 조직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찰 조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검찰 권한을 약화시키고, 분산시키는 데는 미흡한 상태다. 이 상태로 계속 가게 되면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횡포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일축하고 수사·기소 분리 입장을 확실하게 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궁극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맞다. 다만 검찰의 반부패범죄 수사역량과 자질도 있어 (분리작업시) 조화가 필요하다"며 "1월부터 시작된 수사권 개혁과 관련해 조직·인사·체계 진단이 필요하고 이와 연동해 수사·기소 분리도 검토돼야 한다고 당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