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이 지검장이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뉴시스 |
수사팀 출석 압박 거세져…감찰·직무배제 목소리 나올 수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김학의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고 있다. 수사팀의 출석 압박이 거세지는데다 강제 수사를 피하더라도 사실상 '식물 지검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이날 이 지검장에게 3차 소환 통보를 했다. 앞서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에 두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이 지검장은 "업무 일정이 바쁘고 시일이 촉박하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불응했다.
수사팀은 이번 출석 요구서에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출석 기한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으로서는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사유를 들어 조사에 불응할 경우 서면 조사 등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은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지검장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는 지적에 "형평성의 관점에서 수사 협력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는 "관건은 수사에 협력할 생각이 있느냐"라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강제수사를 피하더라도 '첩첩산중'이다.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감찰·직무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경우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관련 강요미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자 직무배제되고 감찰을 받았다.
기소가 된다면 검사 징계위원회 회부도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에는 비위 의혹이 제기만 돼도 감찰에 이어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추세다. 재판에 넘겨진다면 더욱 그렇다. 징계 심의 청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갖는다.
물론 직무배제나 징계 모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직무배제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해야 하고 법률상 검사 징계심의위원장도 장관이 맡는다.
윤석열 총장은 앞서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이 지검장 교체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박범계 장관이 수용하지 않아 이른바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을 버리기란 쉽지않다.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한동훈 위원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되자 윤 총장이 법무부에 직무배제를 요청했지만 추미애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은 바도 있다. 다만 한동훈 위원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검찰 내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이번 인사에서 이 지검장과 불협화음을 낸 중앙지검 중간간부들이 유임되면서 검찰 내 '우군'도 없는 상태다. 채널A 사건 관련 결재를 두고 대립한 것으로 알려진 변필건 형사1부장도 유임했다. 새로 부임한 나병훈 1차장은 이 지검장과 별 인연이 없어 방패막이가 되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지검장이 자리를 지키더라도 오는 7월 신임 검찰총장 부임 후 인사 때까지 '식물 지검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성윤 지검장은 부임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월 출근 하루 전 좌천된 검찰 고위간부를 조롱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다. 법무부가 해당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의혹은 진화됐지만 취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송경호 당시 3차장이 면전에서 윤석열 총장의 취임사를 읽으며 반기를 들었다. 시작부터 파란만장한 앞날이 예고된 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경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친 그에게는 '친정권 검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윤석열 총장 징계 국면에서도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고기영 법무부 차관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이라고 불리던 간부를 비롯해 검찰 거의 전체가 뭉치다시피 했지만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여러 의혹이 제기될 때다마 침묵을 지키거나 원론적인 해명을 했지만 '김학의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는 자기 명의를 걸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박했다거나 수원고검에 통보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상적인 지휘였다"라고 밝혔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수사 관계자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위법하게 공개됐다"며 이례적으로 법적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윤석열 총장 장모의 납골당 사업권 편취 의혹 사건을 경찰에 보완수사 요청한 것도 그의 의지라는 해석도 있다. 궁지에 몰렸지만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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