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윤석열, 검찰인사로 '삐걱'…추미애 시절로 돌아가나
입력: 2021.02.24 05:00 / 수정: 2021.02.24 05: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간부 인사에 관해 논의했다. /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간부 인사에 관해 논의했다. /법무부 제공

서로 직간접 불만 토로…한명숙 사건 감찰·정권 수사 변수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복귀와 함께 검찰 인사가 일단락됐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긴장감은 가시지 않는다. 서로 소통 의지를 보였던 박 장관 취임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 법무부-대검 관계가 추미애 전 장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부에는 박범계 장관과 신현수 수석 사이 갈등으로 비춰졌지만 사실상 박 장관과 윤 총장의 문제였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평소 막역한 신 수석을 통해 의중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검찰 인사위원회에 앞선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이례적인 발언은 윤 총장의 속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조 차장검사는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정수석의 사표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그 원인은 장관과 총장의 인사 조율 과정에서 중앙지검장과 대검 부장을 교체해달라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인사와 관련해 애초에 대검은 인사 정상화를 위한 광범위한 규모의 인사 단행을 요청했고, 법무부는 조직안정 차원에서 빈자리를 메우는 소규모 인사 원칙을 통보했다"며 "대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사건의 수사팀과 중앙지검 보직 부장들의 현 상태 유지와 임의적인 핀셋 인사를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검찰 고위인사에 윤 총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린 셈이다.

박 장관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인사와 관련해 검찰의 언론 플레이가 있었다며 '범죄행위'라는 표현까지 쓰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2일 법사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재가 없이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를 발표했다는 의혹 제기를 놓고 "제 머릿속에는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개념조차 없다. 수사 현안이나 인사와 관련해서 '언론 플레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여러 왜곡된 흐름을 만들고 있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고 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한 것이 갈등의 재점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부장검사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과 수사 지휘부에 대한 감찰·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검 감찰부에서 들여다보고 있으며 위증교사 혐의의 공소시효는 내달 22일까지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대정부 질의에서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 의지가 있고, 지금 최종적으로 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공소시효 문제를 걱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전날 법사위에서도 "대단히 위중한 혐의이고, 진상규명은 필요하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계자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더팩트DB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계자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더팩트DB

박 장관은 24일 대전고검을 방문해 강남일 대전고검장 등 간부들과 업무의 효율화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 다만 대전지검 간부들의 영접이나 예방 일정은 없다.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어 자칫 '외압'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이른바 '정권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수사팀도 모두 유임돼 피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지검이 벌이는 월성 1호기 수사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영장 재청구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소환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수사도 사실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사만 남은 상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기소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운전사 폭행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당분간 휴지기를 맞겠지만 이같이 돌발 변수가 많아 오래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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