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김선희·임정엽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와 김모 상무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 사진. /이새롬 기자 |
성분 조작 혐의 모두 무죄…'식약처 책임 더 크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향응을 주고받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돼 일부 임원만 벌금 500만 원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김선희·임정엽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와 김모 상무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각각 벌금 500만 원과 무죄를 선고했다. 조 이사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김모 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 원과 추징금 약 175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소사실의 핵심인 인보사 성분 관련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재판부는 "일부 실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식약처에 자료를 고지할 의무를 위반해 불충분한 내용만 알린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들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위계로서 공무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식약처는 개발사가 주장하는 것 이상의 추가적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여러 가능성을 경솔하게 배제한 점에 비춰 품목 허가 과정이 충실했는지 의심이 든다"며 "인허가 처분이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했다면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과 법원의 일관적 측면"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의 허위 자료 제출보다 식약처의 부실한 검증의 책임이 더 크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 이사와 김 상무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조 씨 등이 허위 자료로 2015년 정부 사업자로 선정돼 82억 원의 보조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보조금 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조 이사가 식약처 공무원 김 씨에게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약 175만 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는 유죄로 판단하고 조 이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비공식적 방법으로 편의를 받기 위해 향응을 제공한 범죄로, 이는 공무원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해하고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액수를 불문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에게 뇌물을 받은 김 씨 역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무원임에도 뇌물을 수수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특히 신약 개발처럼 국민 보건 영역 업무에 종사하면서 향응을 받은 점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지난 2019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열린 '인보사케이주 투약 환자 안전관리 종합 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이동률 기자 |
조 이사와 김 상무는 정부 허가를 얻기 위해 인보사의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국내 판매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주성분은 동종 유래 연골세포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성분이 태아 신장 유래 세포인 것이 드러나 2019년 3월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식약처는 2019년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를 고발했다. 시민단체·회사 주주들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조 이사, 김 상무를 비롯해 이 대표와 이 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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