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해경 무죄, 끊임없이 면죄부 줄 판결"
입력: 2021.02.15 19:21 / 수정: 2021.02.15 19:21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수단 이름 아깝다" 부실 수사 지적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지휘 임무를 다하지 않아 4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당시 해경 지휘부가 무죄를 선고받자 유족 측이 "참사 때마다 책임자들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줄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이정일 변호사(세월호참사 책임자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 단장)는 15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대부분 해경지휘부에 무죄가 선고된 뒤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참사 직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해경지휘부에 대해서만 전혀 기소하지 않았던 사건"이라며 "당시 법원이 해경 123정장과 해경지휘부의 공동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있는데 6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그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거나 제대로 된 통신 수단이 없었다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줄 판단"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역시 "재판부는 현장에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지휘부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현장 요원이 있어야 하고 지휘부가 있어야 하냐"며 "지휘부란 모름지기 파악된 상황에 따라 구조를 지시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인데, 제대로 된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피의자를 대변한 (재판) 결과는 가족도, 국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후 6년, 2014년 이후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 8번의 진상 규명 조사가 진행됐지만 침몰한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은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만에서 북극성을 배경으로 2시간여 동안 촬영한 200여장의 사진을 한 장으로 합성했다. /남윤호 기자
세월호 참사 후 6년, 2014년 이후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 8번의 진상 규명 조사가 진행됐지만 '침몰한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은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만에서 북극성을 배경으로 2시간여 동안 촬영한 200여장의 사진을 한 장으로 합성했다. /남윤호 기자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의 부실한 수사가 자초한 결과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모두 17개 중 단 2가지 사안만 기소했는데 그중 하나였던 오늘 재판이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특수단이라는 이름이 아깝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의 발생과 구조·수습 과정, 진상규명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함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찾는 그런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해야 했다"며 "그러나 모든 것을 스스로 무혐의 처분해놓고 단지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만을 놓고 따지는 부실한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검찰은 기존에 제기된 모든 수사 과제에 대해 다시 재수사해서 종합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이 말도 안 되는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역시 판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참사란 사는게 당연했는데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참사라 부르는 것인데, 불가항력적 희생이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 오늘 법원 판단은 아쉽다"며 "뒤집어 보면 위험에 처한 국민은 스스로 탈출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인가. 다시 2014년으로 돌려놓으려는 재판부는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수단은 "법원의 선고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이날 김석균 전 청장 등 해경지휘부 11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조기에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취지로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은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이재두 전 3009 함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침몰 현장 지휘를 담당한 해경 123정과 헬기 등 개별 구조 세력 사이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해경 지휘부의 효율적인 교신을 위한 기술적 수단을 보완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넘어,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결과를 놓고 구조 의무와 관련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통신 문제 등으로 해경지휘부의 임무 수행이 미흡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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