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못박았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윤호 기자 |
"MB 면죄부 줬던 검찰…국민을 바보로 알았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의혹 등으로 17년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됐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의혹이 불거진 지 약 13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결론이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명예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무렵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해 'BBK 저격수'로 불렸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검찰과 BBK 특검이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였다. 정 전 의원은 징역 1년이 확정돼 2011년 말 수감됐다. 그로부터 9년 후인 지난해 10월29일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을 놓고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하게 인정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무고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다스와 BBK가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고 주장한 이후로 10년간 밀려나 있었고, 이번 '가짜미투' 사건으로 3년 동안 밀려났다. 13년간 정치권에 돌아가지 못했다"며 재심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0일 <더팩트>에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심 준비에 들어간다며 앞으로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일단 재심사유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정 전 의원은 "재심을 청구하려면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다스를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인정했다"며 "제가 주장했던 논리는 '다스는 MB 것이고, BBK에 투자해서 주가조작까지 연결된 것은 MB의 책임'인데 마지막 주가조작 혐의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혹의 원천이 된 '다스가 MB것'이라는 법원의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스토리가 도곡동 땅과 다스에서 시작됐고 그것이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게 확인됐다. 그러면 정봉주에게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잘못됐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사법부와 검찰의 반발도 충분히 예상된다. 정 전 의원은 "강력한 저항을 예상한다. 법원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당시 검찰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법원에도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다스의 돈이 BBK로 몇 차례 걸쳐 들어가는데 상식적으로 보면 BBK가 누구 것인가"라고 물었다. 사진은 동부구치소로 이동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남용희 기자 |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확정 판결이 나온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자금 흐름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간단하게 설명한다. 그는 "다스 의혹은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주장에서 시작된다.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로 들어온다. 다스의 돈이 BBK로 몇 차례 걸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도 내 것이 아니고, 다스도 내 것이 아니라면서 방어했다"고 요약했다.
이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불거졌다. 이 전 대통령이 형 이상은 씨의 명의를 빌려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을 팔아서 다스를 설립했고, 다스는 BBK에 다시 190억원을 투자해 자금이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내용이었다. BBK의 순자산은 127억원으로 190억원을 투자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BBK의 창립자이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김경준 씨도 이 전 대통령을 BBK의 실소유자로 지목했다.
정 전 의원은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영상까지 나왔는데도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며 "국민들을 바보로 알았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혐의에도 여전히 의혹을 제기했다. 주가조작은 이 전 대통령이 아는 상태에서 진행됐는지, 아니면 이 전 대통령이 모른 채 김경준 씨가 혼자서 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정 전 의원은 "김경준 씨는 미국으로 가면서 다스 투자금을 이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에게 다 돌려주고 간다. 투자금 반환을 김씨 혼자 결정했겠는가. 그가 혼자 했다면 왜 유독 이 전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 돈을 다 갚고 가는가"라고 의문을 보였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심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재심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임세준 기자 |
정 전 의원은 최근 성추행 의혹이 얽힌 무고죄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의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2018년 3월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하자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이 나오자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자 최근 상고장을 제출했다.
정 전 의원은 "1·2심 무죄가 나오면 보통 상고를 하지 않는데도 검찰은 했다. 검찰이 재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범죄를 없애고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없는 범죄자를 만드는게 아니고 숨어있는 범죄자를 찾아야 한다"며 "법원이 충분히 연구하고 판단한 것인데 상고하는 것을 보니 행정력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대법원 연구관들이 또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 더 중요한 사건을 잘 연구하게 하고, 비켜주는 것도 역할 아닌가"라고 검찰을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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