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헌정사 최초로 법관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법관 탄핵안 최초 국회 통과…헌재 판단 '주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초유의 안건을 받아 든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2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2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탄핵안에는 범여권 정당을 포함해 모두 161명이 참여해 이미 의결 정족수(151명)를 넘긴 만큼 예상된 결과였다. 이날 표결에는 발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지며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을 두고 두 차례 탄핵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5년 일선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019년 3월 불구속기소 됐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기사를 써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1심 재판, 2015년 쌍용차 집회와 관련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절차 회부 사건 등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임 부장판사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를 사실로 판단하고 이를 '위헌적 행위', '징계 사유'라고 판시하면서도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 역시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위헌적'이라 보고 파면 결정을 내릴까.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판사가 재임용을 희망하지 않고 퇴직하기 때문에 파면 여부에 앞서 각하 심판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학과 교수는 "파면 결정의 조문 자체가 '직에서 파면한다'는 것인데 파면할 직이 없으면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법관을 포함한 법률이 정한 공무원의 탄핵을 규정한 헌법 제65조 4항은 '헌법상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헌재가 본안을 판단해 결정할 경우의 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은 임 부장판사의 임기는 이달 28일 만료된다. 헌재가 남은 기간 '집중 심리'를 통해 임 부장판사의 탄핵안을 심리해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헌재 심판은 법원과 달리 헌법을 수호한다는 점에서 '심판의 이익이 없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개인의 이익을 따지는 법원 민사소송과 달리 헌재는 헌법 헌법수호적 관점에서 헌법 침해 여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본안을 심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남윤호 기자 |
본안 판단에 나아가더라도 파면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탄핵안 의결을 앞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담당 판사들은 이미 이 사건 결론을 다 도출하고 있었고 담당 재판장도 전혀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선배 법관으로서 조언하거나 의견을 교환했을 뿐 재판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처럼 임 부장판사의 행위는 표면적으로 의견 교환과 조언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헌재에서 '법관직에서 파면할 정도의' 위헌적 행위로 볼지 미지수라는 예측이 있다. 서초동의 B 변호사는 "1심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행위만으로 파면 결정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아무리 헌법과 형법은 다른 범주라고 하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법관은 금고 이상 형을 받지 않는 한 파면하지 않고 그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관 독립을 지키기 위한 탄핵이 오히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헌재는 임 부장판사의 법관 독립 침해 정도를 매우 엄격하게 바라볼 것"이라며 "임 부장판사의 동료들이 이미 재판 개입을 당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춰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선배 법관의 의견 개진을 넘어 파면할 정도의 위헌 행위라고 판단할수 있을지가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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