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연루 법관인 유해용(현 변호사)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늘 내려진다. /이동률 기자 |
1심 무죄…"별건 수사로 기소" 주장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회에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오늘(4일) 또 다른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유해용(현 변호사)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항소심 선고를 받는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는 4일 오후 3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연구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판결을 선고한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박채윤 씨의 특허소송 상고심 진행 경과와 처리 계획 등을 정리한 '사안 요약' 문건을 재판연구관에게 작성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019년 3월 불구속기소 됐다.
또 유 전 연구관은 이 사안 요약 문건을 청와대 또는 사법부 외부 성명불상자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도 받는다.
이외에도 2014~2017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입수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나와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절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적용됐다.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았다.
유 전 연구관은 재판 내내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하던 검찰이 유 전 연구관에게도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별건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며 검찰 수사·기소를 거세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유 전 연구관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유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유 전 연구관 측 변호인의 필기를 제한하는 등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해 '특신상태'(특히 신빙할 수 없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검찰 수사 당시 유 전 연구관을 공개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워 심리적으로 위축시킨 뒤, 암시적·반복적 질문을 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끌어냈다고도 봤다.
이외에도 1심은 유 전 연구관이 받은 혐의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보고서를 가지고 나와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들에는 유 전 연구관에게 해당 자료를 빼돌릴 고의가 있었는지 등을 고려하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한 혐의도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에서 직접적·실질적으로 처리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한다. /남용희 기자 |
1심의 무죄 판단에 불복한 검찰은 지난 7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범행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도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유 전 연구관은 최후진술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미숙하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제가 사랑한 법원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해 매우 죄송스럽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건 수사이자 표적 수사였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검찰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연구관 무죄 판결은 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 내린 첫 판단이다. 이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탄핵안 당사자인 임 부장판사 역시 '위헌적 행위', '징계 사유' 등의 지적을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한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는 모두 161명으로 이미 의결 정족수(재적인원의 과반수·151명)를 넘긴 상황이라 가결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은 1일 "작년 말 갑작스럽게 재임용 불희망을 한 그는 이달 말일 명예롭게 퇴직한다. 법원도 공인한 반헌법행위자 임성근은 전관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도 취임할 수 있다"며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사법농단의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을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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