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1년 전 룸살롱 술친구들, 한꺼번에 휴대폰을 바꿀 확률
입력: 2021.01.31 00:00 / 수정: 2021.01.31 00:00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와 검사 A는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무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와 검사 A는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무 기자

'김봉현 폭로' 술접대 검사들 일제히 파손·분실…검찰 "증거인멸죄 적용 못 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같은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던 4명이 1년 뒤 나란히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망가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0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전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분실 또는 파손을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모두 휴대전화를 바꿨다. 술접대 자체를 부인하던 이들의 약속한 듯한 행위에 의심이 커진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와 검사 A는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옥중편지로 이 변호사와 현직 검사 A, B, C에게 1천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길을 걷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고, A 검사는 같은 날 휴대전화가 파손돼 버렸다고 전해진다. 약 일주일 뒤에는 검사 B, C도 휴대전화를 바꿨다. 술접대 현장에 있던 전현직 검사 모두가 김 전 회장의 편지 공개 이후 각각의 이유로 휴대전화를 바꿨다. 이들뿐만 아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받는 전직 검찰 수사관 D씨도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의 폭로 뒤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목된 당사자 모두가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한 것이다. 술접대 혐의를 극구 부인한 것을 생각하면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이들의 휴대전화 폐기로 검찰은 압수수색 전 결정적 증거를 놓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술접대 관련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확한 교체 사유는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이라 확인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법리상 증거인멸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 수사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자신 혐의와 관련된 증거인멸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를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휴대전화를 없앴는데 상식적으로 보면 증거인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것은 증거인멸이 적용 안 되는 건 맞지만, 동시에 타인 사건과 관련된 증거이기도 한 것은 적용될 수 있다. 먼저 수사는 해봐야 아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추가적인 범죄 은폐를 위했던 것이라면 또 다른 상황인데 수사는 해야 한다. 수사해서 나중에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법리 적용할 때 기소 가능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순서"라며 "계속해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국민불신을 받는 상황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다른 공무원들이 이랬다면 검찰이 가만 있었겠는가"라고 했다.

김봉현 전 회장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와 검사 A는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무 기자
김봉현 전 회장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와 검사 A는 김 전 회장이 옥중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무 기자

옥중편지가 공개된 지 3개월 넘게 지났다. 편지 속 이 변호사와 검사 A는 첫 재판을 앞뒀다. '야당 정치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술접대가 사실이라면 사과하겠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침묵하는 와중에 김 전 회장의 폭로는 새 국면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이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10월 23일 자 김 전 회장의 자술서에 따르면 2019년 8~9월경 김 모 변호사에게 유흥주점에서 검사들 술자리를 마련해줬고, 그 자리에 김 전 회장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술값은 수표로 결제해줬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검사 A, B, C 외에도 또다른 검사가 등장한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사건 관련자를 모두 소환조사하는 등 엄정히 수사했고, 지난해 12월8일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도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전 회장 측은 "위 술자리에 있던 검사들이 어느 지검의 어느 부 소속 검사들인지 김 전 회장은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사건 조사가 시작되면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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