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촌 오거리 살인누명' 전 경찰관, 배상 판결 '불복' 항소
입력: 2021.01.30 09:00 / 수정: 2021.01.30 09:00
2016년 11월17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16년 만에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11월17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16년 만에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항소장 제출…박준영 변호사 "잘못 인정 않는데 관용 못 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열다섯 살 소년을 상대로 강압 수사를 벌여 '약촌오거리 살인강도 사건'의 진범이라는 허위 자백을 받아낸 당시 경찰관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경찰관으로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이모 씨 측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지난 13일 판결 선고가 나자 약 일주일 뒤 판결문을 송달받아 검토를 거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씨는 진범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재판 과정에서 여전히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 씨는 기존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이어갈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슨 관용을 이야기하겠는가"라며 "1심에서도 충분히 사실이 드러났지만 밝힐 수 있는 건 더 밝혀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재판의 또 다른 피고인 '대한민국'과 김모 검사는 아직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최모 씨와 가족들이 국가와 이 씨,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김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씨 측이 청구한 14억 8000여만 원 가운데 국가가 13억 원을 지급하고, 이 씨와 김 씨는 약 2억 6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또 국가가 최 씨의 어머니에게 위자료로 2억5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씨와 김 씨 역시 각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씨의 여동생에게도 국가가 5000만 원을, 두사람은 1000만 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수사 관계자 한 사람당 모두 3억 2000만 원가량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지 못할망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진범에게는 합리성 없이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이 사건과 같은 불법 행위가 국가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씨와 가족들이 입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피해는 완전히 회복되거나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달리 대체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금전으로나마 피해 일부라도 보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 경찰관을 포함한 익산경찰서 관계자들은 영장 없이 최 씨를 여관에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해 범인으로 몰아세워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내 긴급체포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 역시 최 씨를 수사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익산경찰서 경찰 중 한 명이었다.

최 씨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 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는 당시 15살이었다. 이 사건 최초 목격자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최 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 씨와 시비가 붙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최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최씨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 씨가 재판을 받던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듣고 김모 씨를 긴급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고 2006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재심을 청구한 최 씨는 만기 출소한 지 6년이 지난 2016년 11월 비로소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최 씨의 사연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 진범은 검찰이 2006년 무혐의 처분한 김 씨였다. 2017년 4월 뒤늦게 붙잡힌 그는 강도살인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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