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 날개' 단 공수처, 차장도 윤곽 …김학의 사건 이첩 저울질
입력: 2021.01.29 05:00 / 수정: 2021.01.29 05:00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3권분립·영장청구권 모두 적법 판단 …차장엔 '형사전문 변호사' 여운국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합헌으로 판단했고 공수처 수사를 총괄할 차장의 윤곽이 드러났다. 본격 가동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공수처가 날개를 단 셈이다.

28일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은 그동안 공수처에 제기된 위헌 시비에 종지부를 찍었다. 헌법이 행정기관의 행정부 소속을 강제하지 않고, 공수처는 업무 특성상 중립성·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청 소속이 아닌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실제 검찰청에 속하지 않은 군검사, 특별검사도 청구권을 갖기 때문이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공수처법 제24조는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면 그 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조항 헌법소원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보고 본안에서 판단하지 않았지만, 보충의견으로 적법성을 설명했다.

이석태·문형배·이석태 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가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고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이첩요청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유가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도 이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열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김학의 사건의 공수처 이첩 여지를 놓고 "헌재의 결정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고 아직 수사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현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면 공수처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김학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출국절차의 흠결만 파고들 뿐 수사자료 유출 과정의 위법성 등은 방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검찰 내 비주류 라인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공수처의 2인자인 차장에는 여운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후보로 제청된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여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으로 법관 생활을 20년을 거친 형사 전문 변호사"라며 "헌법을 전공한 저와 상당히 보완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복수 후보 제청'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자 단수 후보 제청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김 처장은 "단수냐 복수냐, 추천이냐 제청이냐의 용어 문제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추천이나 제청되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중립되고 독립적인 인사인지가 핵심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처장은 여 변호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있어 이의제기하기 어려운 분"이라며 "직접 수사경험은 없지만 간접 경험은 많다"고 소개했다.

영장전담 법관 3년, 반부패 전담 판사 2년의 경험을 통해 간접 수사 경험을 쌓았다는 게 김 처장의 판단이다. 그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심사를 하는 영장전담 법관 경험이 있어 특수사건 수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고등법원 반부패 전담부 2년의 경험도 있어 공직자 범죄사건을 다루는 데 잘 맞는 분"이라고 했다.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준비단장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부터)이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제막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준비단장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부터)이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제막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다. 199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한 후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서울고등법원 대등재판부 1고법판사도 역임했다. 후배 판사들 사이에서는 실무적으로 존경을 받는 선배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아 '형사전문 변호사'로도 꼽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맡아 기각을 이끌어낸 경험도 회자된다.

현재 대한변협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으로 대한변협이 추천한 후보 중 한명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지낸 이력도 있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평가하는 '우수법관'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김 처장은 차장 임명 제청을 위해 여러 인사들을 검토한 결과 법관 출신인 여 변호사와 검찰 출신인 다른 1명으로 축약됐으며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수처 차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김 처장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여야에서 추천하는 추천위원들이 인사위원회에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 공모도 진행 중이다. 기존 법조인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을 비롯해 각 사정기관 수사·조사 경력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본격 가동은 여야와 함께 구성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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