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슈퍼' 피해자들 국가상대 승소…"15억 배상하라"
입력: 2021.01.28 16:34 / 수정: 2021.01.28 16:34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 직후 소감을 전하는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와 피해자들. /김세정 기자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 직후 소감을 전하는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와 피해자들. /김세정 기자

'3인조'에 3억2천~4억7천여만원 지급 판결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8일 삼례슈퍼 사건 진범으로 누명을 썼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명선 씨와 최대열 씨, 강인구 씨 등 3명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 최 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국가가 임 씨에게 4천7백여만원을, 최 씨에게 3천2백여만원, 강 씨에게 3천 7백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함께 소송을 낸 가족들에게도 1인당 1천만원에서 1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전체 배상금 중 일부는 최 변호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3인조 강도가 한 슈퍼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는 과정에서 77세 할머니가 질식사로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최 씨 등 '3인조'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검찰은 이들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징역 3~6년형을 확정했지만 3인조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누명을 썼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17년 만인 2016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들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판결 직후 "진범이 자백까지 했지만, 진범을 풀어주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옥살이시키는 수사는 다시 있어선 안 된다"며 "이 사건이 앞으로의 불법을 막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피고 대한민국과 최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주장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했는데 판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했다.

피해자 최 씨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이제는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지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법정에 온 최 씨의 누나 수영 씨는 "저희같이 억울한 사람이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억울한 사람이 많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판결 직후 심경을 밝히는 진범 A씨(가운데). /김세정 기자
판결 직후 심경을 밝히는 진범 A씨(가운데). /김세정 기자

사망한 할머니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유가족 최성자 씨는 "수십 년을 싸운 것 같다. 그간 너무 많이 울었는데, 이 힘든 싸움을 박준영 변호사가 지치지 않고 해줘서 감사드린다"며 "진범도 제게 사과하고, 화해했는데 위에 힘 있는 분들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다. 검찰 누구는 아직도 피해자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가족 박성우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께 이 결과를 알려드리고 싶다. 어머니를 죽인 범인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악수를 청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당시 검사나 경찰, 공권력은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사건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마음에서 진범을 용서하고, 또 우리나라 사법의 현주소를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이 사건은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1999년 전주지법 합의부 배석판사로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장관은 사건을 심리하던 배석판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석이 돼 판결 무렵 대신 배석한 이른바 '몸배석' 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2017년 2월 '3인조'를 만나 고개 숙였다. 박 장관은 "소위 몸배석이라는 기이한 형태로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다"며 "이름 석 자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이분들을 만났다.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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