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수단, "유족 실망하겠지만 억지로 사건 만들 수 없어"
입력: 2021.01.19 19:50 / 수정: 2021.01.19 19:50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구조소홀 해경·특조위 방해 청와대 관계자 외 모두 무혐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세월호 참사 의혹을 재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1년2개월 간 활동을 마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 대부분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윗선 외압'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세월호 특수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발생 5년 7개월만인 지난 2019년 11월 출범했다.

특수단은 총 20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2월 구조 소홀 책임을 물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5월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나머지 의혹은 모두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기무사와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전방위로 사찰했다는 의혹과 국정원이 세월호 선원을 조사했다는 의혹은 혐의가 없다고 봤다. 법무부가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거나 청와대가 감사원의 감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 역시 '혐의없음' 판단했다.

특히 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을 두고 특수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피의자들이 기무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동향이 일부 기재된 보고서를 받아본 사실은 인정되나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사찰을 지시·논의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사망해 구체적인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며 "청와대·국방부 등의 기무사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수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사하지 않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서면조사만 했다고 밝혔다. 임관혁 단장은 "박 전 대통령은 일체의 조사에 불응하고 있어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있어야만 결론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장관과 우 전 수석을 서면조사한 것을 두고는 "사실상 혐의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거나 과잉수사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유가족 사찰 의혹으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이 고소된 사건 역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수단은 "피의자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대부분 언론에 공개된 정보였다. 이를 직권을 남용한 위법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찰을 지시·승인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고 임경빈 군 구조를 방기했다는 이유로 수사받던 김석균 전 청장, 김수현 전 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4명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봤다. 구조 당시 임 군이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특수단은 "해경지휘부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피해자가 헬기가 아닌 일반 함정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약 7시간 동안 바다에 빠져있었고, 발견 당시 해경 문자대화방과 항박일지에서 피해자를 '시신' '사체'로 지칭하는 등 생존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월호 CCTV 영상이 저장된 '원본 DVR'을 은닉하고,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해군 및 해경 관계자 조사, 해군 잠수영상장치 디지털포렌식, 영상 감정 결과 분석 등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특검 도입에 따라 추가 수사가 예정돼있는 상태이므로 수사단의 처분을 보류하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지원했다는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에서 계속 수사한다. 특수단은 "유가족 등이 고소한 부분을 포함해 전경련의 여러 보수단체 지원행위에 관해 반부패1부에서 이미 상당 부분 조사가 진행됐으므로 해당 부서에서 일괄 처리하도록 인계(재배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AIS 항적자료 조작 의혹 등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특수단은 "기존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을 통해 세월호 침몰 원인이 상당 부분 규명됐고, 그와 같은 침몰 원인을 제공한 관계자 등의 공동과실 혐의가 인정돼 판결이 확정된 이상 확정판결의 기판력 및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비록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조사, 검토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자 했다"고 했다.

임관혁 단장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상에 남겨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여러모로 부담도 크고, 힘든 사건이었지만 수사팀이 합심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유가족이 볼 때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수단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를 기점으로 해체된다. 임 단장은 "관련된 사건 처리는 끝난 상태고, 공소유지 업무만 남았다. 특검이라던가 사참위의 각종 기록 인계라던가, 사참위 자료요청에 응해야 하는 잡무가 남아있다"며 "잠정적으로는 업무 처리가 있을 예정이고, 공식적으로는 해체되는 것으로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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