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박근혜 조사 불필요…황교안 외압 없었다"
입력: 2021.01.19 20:51 / 수정: 2021.01.19 20:51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 유가족 사찰 등 대부분 의혹 '무혐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세월호 참사 의혹을 재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1년2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윗선 외압'은 없었다며 기무사·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 대부분의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유가족이 고소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도 모두 불기소됐다.

세월호 특수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발생 5년 7개월만인 지난 2019년 11월 출범했다.

특수단은 총 20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2월 구조 소홀 책임을 물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5월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나머지 의혹은 모두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기무사와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전방위로 사찰했다는 의혹과 국정원이 세월호 선원을 조사했다는 의혹도 혐의가 없다고 봤다. 또 법무부가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거나 청와대가 감사원의 감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 역시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특수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임영무 기자
특수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임영무 기자

다음은 임관혁 단장과 일문일답.

-국정원·기무사 사찰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정부기관의 업무 규정에 근거한 행동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지휘부는 기소돼야 하는 게 아닌가.

일단 기무사 사건과 국정원 사건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실제 유가족과 주치의에 대해서 동향 보고서가 작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없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소명이 잘 되지 않는다며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사에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국정원 상대로 협조 공문을 보내고, 방문 조사하면서 나름 증거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상급자 지시나 관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속칭 '단독 플레이'가 아니었나 그렇게 판단했다.

-세월호 유가족 동향이 청와대에 보고됐을 텐데 (무혐의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기무사령관까지는 유가족의 동향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청와대에 보고될 때는 걸러져서 다른 보고사항과 취합됐다. 구체적인 가족이나 성향, 움직임 등이 보고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들의 구체적인 언동이 보고서에 담긴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위해선 미행이나 도청, 감청, 해킹, 언론 유포 등 더욱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 보고서에 담긴 것만으로는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인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원 개혁TF가 2017년 만들어져서 검사들도 일부 파견돼 이미 이 사안을 검토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정보수집 행위는 부적절하지만, 직권남용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 내린 바 있다. 법률가의 시각으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는 성립이 어렵다고 본다.

-국정원이나 기무사 직원들에 대한 윗선의 의무 없는 일 지시 등은 전혀 확인 안 된 것인가.

기무사는 부하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돼 참모장과 부대장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은 상급자 지시나 관여 여부가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직권남용)에 대해서는 판단이 불가능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황교안 전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면조사를 했다. 보통 저희가 소환조사를 하는 경우와 서면조사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혐의 인정 가능성과 조사 필요성 등을 종합해서 보통 판단한다. 법무부를 압수수색해 의사전달이 이뤄졌던 과정을 보고, 또 검사들을 조사한 결과 사실상 혐의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황교안 전 장관, 우병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거나 과잉수사로 판단했다.

-황교안 전 장관이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불러서 질책한 것은 사실 확인이 됐는가. 장관이 수사 지휘 할 권한이 없는데 지검장을 불러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질책했던 것 자체가 외압 아닌가.

질책을 했다기보다는 '검사들이 고집 피웠다' 등 이런 정도의 대화가 오갔다. 질책은 수사 과정 중이 아니고 종결된 후의 행위로 안다. 123 정장이 기소된 후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우병우 전 수석이 김진모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은 어디까지 조사됐나.

이번 수사 전에 우병우 전 수석이 해경 압수수색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전화한 게 문제가 돼서 기소된 사건이 있다. 변찬우 검사장은 한번 조사를 한 적이 있고, 그 조사에 근거해서 추가로 이번에 서면조사를 했다. 김진모 전 기조부장도 서면조사했고,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서 법리적 문제점에 대해서 기조부 자체적으로 검토했고, 검토 결과를 대검 형사부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받았다거나 협의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고, 압수수색에서도 확인된 바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사했는가.

조사하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재작년부터 일체 조사에 불응하고 있어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있어야만 결론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시도도 안 했다.

-임경빈 군 사망 당시 헬기에 태워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조사가 이뤄졌는가.

일부 보도처럼 '왜 헬기를 안 태우지' 하면서 답답해하고 푸념한 부분이 포착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경 직원을 조사했더니 본인이 그런 말 한 것을 알지 못했고, 임 군의 상황을 인지하고 한 발언은 아니었다. 임 군 사건과 푸념의 관련성을 찾지 못했고, 당시 심폐소생술 실시하고 있었던 응급구조사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판단했다. 지휘부에서 헬기 이송 건의를 받았는데도 뭉갰다거나 이런 주장은 성립 자체가 어렵다.

-해수부가 발표한 세월호 AIS 항적 자료 조작 의혹도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의혹을 제기했다. 사참위에서 주장하는 AIS 항적 자료가 어떤 것이고, 실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등이 수사에서 확인됐나.

지난해 사참위에서 발표한 내용이 6시간 분량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그것과 관련해서 사참위에서 따로 기록을 인계받은 바는 없기 때문에 확인할 사실이 없었다. '그날 바다'라던가 영화로도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일부 언론에서도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해수부에 직접 방문해서 자료 요청을 하고, 원본 데이터를 받아서 비교분석했다. 당초 해수부 발표 내용 중 일부 실제하고 맞지 않거나 끊김 현상이 있던 부분은 일시적 오류에 불과하고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일로 판단했다. AIS 자료 같은 경우에는 정부 관제센터나 여러 곳에서 공유를 하고 있다. 산재해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바꾼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초 제기된 의혹이 논리적으로 성립되기는 힘든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간 수사했는데 소회나 유가족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없는가.

굉장히 부담이 큰 사건이었고, 세월호 참사가 정말 끔찍한 참사였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쟁점 내용은 잘 몰랐다. 특수단에서 성과를 내고 유족의 한도 풀어드리고 싶었지만, 기대에 결과가 미치지 못 하면 어떻게 풀어드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상에 남겨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여러모로 부담도 크고, 힘든 사건이었지만 수사팀이 합심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 유가족이 볼 때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임경빈 군 어머니는 청와대 앞에 계신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분 생각하면 저희도 가슴이 아프다. 오늘 수사 결과 발표문을 사참위와 세월호 유가족분들께도 보내드렸고, 불기소이유서도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발송해드릴 것이다. 어느 정도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특수단은 해체하는 것인가.

오늘 발표를 기점으로 관련된 사건 처리는 끝난 상태고, 공소유지 업무만 남았다. 특검이라던가 사참위의 각종 기록 인계라던가, 사참위 자료요청에 응해야 하는 잡무가 남아있어서 잠정적으로는 업무 처리가 있을 예정이고, 공식적으로는 해체되는 것으로 보시면 된다. 다만 공판은 검사들이 협심해서 직접 관여하면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수사의뢰나 고소, 고발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관할 검찰청에서 통상 조치에 따라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