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스크를 납품하기로 했으나 계약한 양을 맞추지 못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업체는 "마스크 품귀 현상 때문에 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공적마스크 매진을 알리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미숙한 업무 처리 책임져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회의원 총선거에 쓸 마스크를 계약한 양만큼 납품하지 못한 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마스크 등을 납품하는 A 업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A 업체와 방진 마스크를 공급받는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선관위는 지난해 3월 5~9일 42만 4000여 개의 마스크를 공급받기로 했지만 4000개에 그쳤다. 이에 선관위는 A 업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3개월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을 했다.
A 업체는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때문에 마스크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이 일어나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납품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선관위 처분은 정당하지 않다며 처분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A 업체는 애초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한 생산업체가 약속을 어긴데다 정부 대책 때문에 계약한 만큼 납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원인은 원고의 미숙한 업무 처리와 안일한 대응 방식에 있었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계약에는 위험 요소가 존재하며 체결 때와 다르게 계약이 전개될 가능성은 항상 내재해 있다"며 "일단 계약이 체결됐다면 이행이 곤란하게 됐다고 해도 당사자 중 한쪽이 임의로 계약상 의무를 회피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계약은 제21대 총선 약 1개월 전부터 진행될 각종 절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스크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마스크업체 역시 계약이 적시에 정확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점은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재판부는 "반드시 미리 필요한 만큼 물품을 확보하거나 대비를 해야 했지만 원고는 생산업체 말만 막연히 믿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원고 측의 잘못을 지적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이 적법하지 못하다는 원고 측 주장에도 "헌법재판소 결정상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한 자에게 일정 기간 입찰 참가를 배제함으로써 국가계약 체결의 공정성과 충실한 이행을 확보하고 국가가 입게 될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며 "이 사건 각 계약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한 결과에 책임은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제재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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