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본 상대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 오늘 결론
입력: 2021.01.08 00:00 / 수정: 2021.01.08 00:00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9시 55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강원 평창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영원한 속죄 동상. /임세준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9시 55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강원 평창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영원한 속죄' 동상. /임세준 기자

재판 5년만…13일 이용수 할머니 소송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론이 이달 잇따라 나온다. 재판 5년 만에 나오는 법원 판단이지만, 피고 일본 측은 법정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오전 9시 55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배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본의 불법 행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한 사람당 1억 원씩 위자료를 일본에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조정이란 당사자 사이 협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절차다. 법원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일본 정부가 조정 절차에 대응하지 않아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이 헤이그 송달협약 13조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 법원이 송달한 소장 접수 자체도 거부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소장과 소송안내서, 변론기일통지서를 일본에 공시송달한 뒤 재판을 시작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재판이 열린 뒤 피고 일본 측은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일본 측은 국제법상 한 나라의 정부는 다른 나라 재판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 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참여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2016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문건에는 일본의 주장대로 '국가면제이론으로 소를 각하하는 게 마땅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피해자 측은 일본의 입장은 한국 헌법 질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둘러싼 한일 분쟁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아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경위와 전후 상황, 유례없는 인권침해에 경악하며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국내외 움직임을 종합하면 일본에 의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이용수(사진)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선고기일을 연다. /배정한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이용수(사진)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선고기일을 연다. /배정한 기자

13일에도 일본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또 다른 사건 판결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선고기일을 연다.

이 사건은 이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들이 2016년 12월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소장을 송달받지 않으면서 재판은 지연됐다. 2019년 3월 법원이 '공시송달'을 명령하면서 같은 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이 사건 변론기일에도 일본 측은 국가면제이론을 근거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위안부 동원처럼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범죄에서는 이같은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지난해 9월 증인으로 나온 국제법 전문가 백범석 경희대 교수는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실효적인 구제할 다른 수단이 없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피해자는 자국 법원에서라도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을 이유로 제소된 경우 반드시 주권면제가 인정돼야 한다는 국제관습법이 있는지도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이탈리아 대법원은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강제노역 피해를 본 자국인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시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이 할머니는 원고 당사자로서 겪은 피해를 진술했다. 이 할머니는 "절박한 마음으로 법에 호소한다. 피해자가 있을 때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영원한 전범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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