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동부구치소, 수용자에 보석 권장…법조계 "궁여지책"
입력: 2021.01.07 05:00 / 수정: 2021.01.07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구치소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동부구치소가 수용자 보석 석방을 대책으로 강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선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구치소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동부구치소가 수용자 보석 석방을 대책으로 강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선화 기자

"법원 결정에 코로나 영향 부적절"…'건강권 보장해야' 의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들에게 보석 제도 활용을 안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풀이되지만 법조계에서는 '궁여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6일 법무부 등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9일 수용자들에게 전자 보석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신청 방법 등을 안내했다.

전자 보석제도란 구속기소 된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제도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전자 보석은 법원의 직권, 피고인 등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결정한다. 당국은 석방된 피고인에게 손목형 전자장치를 부착해 위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고 외출을 제한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로 수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데 따라 법무부는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활용하고자 한다. 관련 내용을 안내해 드리니 참고해달라"며 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문서 파일을 첨부해 공지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접견을 통해 변호인과 소통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변호인 접견이 어려워져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자 보석 활용은 권장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위협받는 수용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는 점을 환영하면서도,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된 범죄 혐의자를 수용시설의 사정 때문에 석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태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신록)는 "소식이 전해진 뒤 실제로 동부구치소 수용자 측에서 전자보석 관련 문의가 꽤 들어오고 있다. 변호인 입장에서 수용된 의뢰인이 석방되는 건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 궁여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구치소에서 수용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는 건 높이 사지만, 구치소 상황에 따라 법원의 결정인 구속에 영향을 주는 것이 기존 보석제도 취지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윤미 변호사는 "구치소 수용자는 실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아닌 구속기소 된 미결수들이다. 인신 구속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과 건강권을 생각하면 충분히 전자 보석을 안내할 상황이라고 본다"며 "구치소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밀 수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라고 봤다. 다만 장 변호사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보석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구속과 보석은 수용자의 혐의, 상황, 법리를 따져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기 때문에 수용시설 상황에 구애받지는 않을 거고, 받아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연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연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실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를 건강권이 위협당하는 상황에도 구속하는 건 인권침해적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사법정책의 정의는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아닌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있다. 피고인이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구치소 미결수들의 건강권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피고인을 구속하는 이유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큰데, 전자 보석은 그런 우려를 해결하면서도 불구속 재판을 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동부구치소 수용자 2명을 보석 석방했지만 결정문에 '코로나19'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최근 동부구치소 수용자 두 명에 대한 보석 석방 결정이 있었고, 한 명은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석방했다"며 "통상 보석을 청구하면 신청 사유를 모두 나열해서 주장하기 때문에, 심문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언급이 있기는 했지만 보석 결정문에 코로나 19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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