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
새해 수사기관은 사실상 '트로이카' 시대를 맞는다. 검찰에 더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분산을 위해 추진된 '수사권 개혁'의 결과다. 검찰과 공수처는 서로 견제와 감시를 거듭하며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검찰 수사지휘권에서 벗어나 1차 수사 종결권을 얻는 등 한층 폭넓어진 수사권을 바탕으로 국수본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검찰과 경쟁을 펼칠 공수처와 국수본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주>
초대 처장 후보에 판사 출신 김진욱…'초헌법적 기관' 논란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공수처 출범에 대한 여러 분들의 기대, 그리고 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가 지명된 후 밝힌 소감에는 우리 사회가 공수처를 바라보는 시각이 잘 담겨있다. 공직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명칭이 계속 바뀌며 20년 넘게 그 필요성이 제기돼온 공수처가 드디어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논의만 24년…공수처 출범 가시화
공수처 관련 논의의 시작점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반부패운동의 하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 전담기구를 제시하면서 유재건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발의한 '부패방지법'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명시한 게 처음이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등 권력층 범죄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논란이 되면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직비리수사처' 도입을 최초로 검토했다. 이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을 시도했지만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무산됐다. 다만 19대 국회에서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여야를 넘어선 공감대도 있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안철수 후보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공수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은 20대 국회 들어 가장 먼저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2016년 7월21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국정농단' 사태 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고위공직자 부패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일제히 공약으로 제시했다. 21대 국회에 이르자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고 지난해 4월29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30일 여야간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 법안은 그로부터 245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개월에 걸쳐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야당의 반대로 계속해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결국 법 개정을 통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후에야 후보 2명을 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30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후 사법시험(31회)에 합격했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으며 3년 후인 1998년부터 12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했고, 헌재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2017년에는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하는 등 인권법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변호사,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에 더해 특검 특별수사관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담당해야할 공수처장이기에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균형감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견제에 무게를 두고 있어 판사 출신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받은 박범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잘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뉴시스 |
◆뼈대는 세웠다…검찰개혁 2막?
24년간 논의돼온 공수처의 출범이 현실화되면서 검찰개혁의 2막이 올랐다는 평도 나온다.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공약 실현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민주당은 곧바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연 뒤 1월 중 공수처 출범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뼈대가 세워졌다면 살을 잘 붙이는 일이 남았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공수처 차장과 수사처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검사·변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으로, 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사처 검사는 경력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25명 이내 규모로 구성한다. 수사처 수사관은 변호사 또는 7급 이상 공무원 중 조사·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등으로 40명 이내로 꾸린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야권은 공수처가 초헌법적 기관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 비판 세력을 탄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수처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돼 있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적인 개정공수처법 입법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던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의결권이 박탈되고, 추천위원의 고유 권한인 심사대상자 제시권과 심사의결권이 부인됐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정의당은 공수처법에 찬성당론을 내면서도 "공수처 설치를 지연시킬수는 없기에 우선적으로 출범시키고 이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반드시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공수처의 안착이 주요과제가 될 전망이다. 2017년 당 적폐청산위원장을 지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과 양승태 대법원의 판사 사찰 의혹에 대응하는 등 권력기관 개혁 현안에 밝은 편이다. 공수처 출범의 최종 관문인 처장 인선이 표류하자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 무력화를 명시한 공수처법을 발의하는 등 '총대'를 멘 전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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