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본 2020] 정경심·김경수에 '삭풍'…사법농단 의혹 법관에 '훈풍'
입력: 2020.12.31 05:00 / 수정: 2020.12.31 05:00
2020년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경심 동양대 교수, 김경수 경남지사,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2020년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경심 동양대 교수, 김경수 경남지사,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조주빈 징역 40년' 양형 주목…MB 석방·재수감 반복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20년 법원도 늘 그렇듯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부터 판결에 이목이 쏠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반대로 법원 판단에 비로소 웃은 이들도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은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고 한시름 덜었다.

◆ 17년 선고 MB, '보석→법정구속→석방→재수감→입원'

2월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다스(DAS)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000여만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공익 제보로 뇌물 액수가 51억 상당 늘어나면서 1심보다 2년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도 취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법정구속 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며 6일 만에 풀려났다.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 결정 때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해야 한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250일 가까이 불구속 상태였던 이 전 대통령은 10월 대법원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고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다시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 동부구치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지병 치료를 위해 구치소에서 나와 병원에 입원 중이다.

◆ 항소심에서도 웃지 못한 김경수…1심 이어 당선 무효형

이른바 '드루킹' 일당의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 등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11월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김 지사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면서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김 지사를 재수감하지는 않았다.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심경을 밝혔고 곧 상고했다.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던 허익범 특별검사팀 역시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김 지사의 '정치 인생'이 달린 사건은 대법원까지 왔다. 대법원은 23일 김 지사 사건을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에 배당해 심리 중이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방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조항에 따라 지사직을 잃게 된다. 또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2년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 정경심 징역 4년 선고·법정구속…입시 비리 모두 유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정 교수의 혐의 15개 중 11개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정 교수는 배우자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 뒤 불거진 자녀 입시 비리·펀드 불법 투자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그를 비롯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는 정치적 목적을 띄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조 전 장관이 평소 '검찰개혁'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위법한 수사를 거쳐 정치적 기소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에 대한 위법수집증거(위수증)와 △'이중 기소'에 따른 공소기각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3월 보석 신청을 했으나 기각돼 5월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난 정 교수는 이날 다시 수감됐다.

조주빈(사진)의 징역 40년 형량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례적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과,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김세정 기자
조주빈(사진)의 '징역 40년' 형량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례적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과,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김세정 기자

◆ 박사방 조주빈 징역 40년…'이례적 중형'과 '무기징역' 사이

15세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조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3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억 600여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애초 조 씨는 3~5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 및 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기소됐다. 검찰은 6월 이들이 단순 성 착취물 공유 차원을 넘어 조직적으로 활동해 이익을 얻었다며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 역시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하고 조 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도 징역 7~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씨의 형량을 놓고 법원이 이례적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조 씨의 죄질을 고려했을 때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무죄, 무죄, 또 무죄'…'사법농단 의혹' 법관 연승

법정구속이나 중형이 아닌 '무죄' 선고여서 주목을 받은 재판도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은 올해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혐의 내용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적용된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사법농단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 선고 공판에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 달 뒤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성창호·신광렬·조의연 부장판사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달 임성근 부장판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임 부장판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실제로 있었고 이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다만 임 부장판사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도 9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법원장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 역시 당시 서울서부지법 기획 법관이던 나상훈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보고서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나 부장판사의 이같은 행위는 이 전 법원장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나 부장판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 "패스트트랙 사보임은 정당"…헌재 '턱걸이' 결정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과정이 정당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5월 나왔다.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간신히 도출된 결론이었다.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와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는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오신환 전 의원이 공수처 등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오 의원을 사보임하고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오 전 의원은 문 전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문 전 의장의 사보임 행위를 놓고 "사개특위의 의사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국가정책 결정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가 자율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특별위원회 위원을 교체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한 국회법 48조 6항을 위반한 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오 전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정기회기 중이던 2018년 10월이었고 사보임은 임시회기가 열리던 2019년 4월에 있었던 일이라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다만 9명의 재판관 중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권한 침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문 전 의장의 행위는 헌법상 보장되는 자유위임의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했고 이는 헌법과 국회법으로 보장받는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로 이어졌다고 봤다.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에 이은 무죄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임영무 기자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에 이은 무죄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임영무 기자

◆ '허위사실 공표' 이재명 대법 판결로 구사일생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7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지사는 2012년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옛 정신보건법 제25조 '시장 등에 의한 입원 규정'에 근거해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형을 보건소장 통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진단을 요청한 일은 있지만 입원시킨 일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원심은 이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극적으로 회피하고 다의적 해석 여지가 있는 발언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곧 무죄 선고로 이어졌다.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10월 이 지사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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