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광훈 1심 무죄…"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입력: 2020.12.30 11:54 / 수정: 2020.12.30 11:54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동률 기자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동률 기자

"'간첩'은 비유적 표현일뿐"…선거법 위반도 모두 무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30일 전 목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모두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전 목사의 발언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하려면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범위는 좁혀야 한다"고 했다. 즉, '간첩'이라는 표현은 비유적인 표현이고, 이를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간첩의 사전적 의미나 관련규정 법령을 비춰보면 본래 의미는 적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아직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간첩 용어는 일상에도 파고들었다"며 "그 의미는 국가기밀을 수집하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수사학적, 비유적인 표현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사회적 세력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정치적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고 판시했다.

'간첩'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를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허 부장판사는 "'문재인은 간첩이다'라고 발언한 다음 근거로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며 "이런 내용을 보면 간첩의 본래적 의미인 '국가기밀 수집'과는 무관하다. 맥락을 보면 과거 간첩으로 평가된 사람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또는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 역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허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이념으로서 일의적이고 확정적인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 역시 맥락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 또는 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이념 검증 역시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 부장판사는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허위사실에 기초하거나 이를 전제하지 아니한 나름의 검증 결과로 제시된 표현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모두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에서 전 목사가 지지했다는 '자유우파 정당'은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외연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며 "실제 정당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동률 기자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동률 기자

아울러 전 목사가 발언한 시점이 총선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허 부장판사는 "이 사건 각 집회에서의 발언은 그 발언 시점에 아직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한 정당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 개념의 전제가 되는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에서 여전히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기각을 해달라는 전 목사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목사 측은 경찰이 표적수사나 위법수사를 했다며 공소기각을 요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수사 개시의 경위, 혐의 범죄의 성격, 수사 필요성 및 실제 수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당시 수사기관 업무처리가 현저히 이례적이거나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명예훼손 혐의의 피해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처벌 의사를 밝힌 점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 역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보려면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며 "명시적으로 처벌하려는 의사가 표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불원 의사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광화문 광장 집회와 기도회 등에서 선거권이 없는데도 집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불법 사전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전 목사는 집회에서 '자유 우파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우파가 200석을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10월 9일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이라고 주장하고 지난해 12월 28일 집회에서도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전 목사는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재판 도중 석방됐지만 위법한 집회에 참가하면 안 된다는 보석 조건을 어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속에 집회를 강행해 재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명예훼손 혐의에는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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