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진영을 초월한 '규범적 검찰'로 거듭나려면
입력: 2020.12.29 14:24 / 수정: 2020.12.29 14:24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를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오자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며 개혁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를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오자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며 개혁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청와대 제공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공수처출범,검경수사권 조정도 큰 역할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수많은 ‘개혁’은 역사의 진전에 따라 시도되어 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개혁의 평가는 역사의 몫이지만 성공을 위한 대비 및 제대로 된 준비는 우리의 몫이다.

한국사에서도 중요한 개혁들을 살펴보면 거의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공민왕과 신돈의 개혁, 조선조 조광조의 개혁, 정조의 개혁, 대원군의 개혁이 그랬다. 시대적 상황도 다르고 개혁의 주체도 달랐지만 이들 개혁의 실패에는 공통분모가 확인된다.

전 근대적 봉건사회라는 시대적 한계를 넘지 못했고 새로운 사회세력의 뒷받침이 없었다는 점이다. 근대적 개념의 사회세력을 키워내지 않은 탓이 크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소수의 세력이 등장하더라도 새로운 사회세력의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개혁정책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여겨지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못해 좌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우리의 검찰개혁도 민주사회이지만 그 길을 답습해가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우리의 검찰 개혁은 어떠했는가? 개혁주체는 누군지. 개혁의 사상적 기반은 있는지. 개혁을 새로운 사회세력이 뒷받침을 하는지. 개혁의 비전은 있는지.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든든하고 믿음직한 우군이 있어야 한다. 바로 국민이다. 즉 그들의 정치의식을 믿고 준비하는 게 우선이다. 시민사회가 쓴소리를 하고 권력을 견제하면 겸손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권력이 시민사회의 비판을 외면하거나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개혁은 그때부터 어그러지거나 변질되기 시작한다. 정부 여당은 이 대목에서부터 찔리는 게 있을 것이다.

검찰 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그래픽=김세정 기자
검찰 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그래픽=김세정 기자

역사적으로 실패한 개혁들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기득권 층을 중심으로 한 반개혁세력의 조직적 저항을 힘들어 했다. 개혁 세력끼리의 단단한 연대와 끈끈한 결집이 필요한 이유다.

또 개혁주체 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이념과 계획이 없었던 대목도 실패의 주요 이유다. 오래지 않아 개혁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개혁 정책이 변질되고, 제도적 개혁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관성 있게 밀고 갈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주요한 점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의 도덕성과 헌신의 결여도 실패를 부른다. 개혁의 성공은 주체들의 도덕성이 확립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정부 여당의 도덕성 문제가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개혁 성패의 추진력이 윤리 문제에 부딪히고 국민들을 위한 희생적인 헌신이 뒤따르지 않아 실패한 사례는 역사가 확인시켜 준다. 특히 개혁이 진행과정에서 돌발 상황과 예기치 않은 사태로 오리무중으로 가는 듯 해도 함몰되지 않으면 개혁의 본질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따른 갈등 사태도 다름아니다. 사안이 가볍지는 않으나 '윤총장 힘빼기'는 개혁과정에서 생길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정권이 검찰권과 수사권을 접수하고 장악하겠다는 게 검찰개혁의 본질’이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그건 아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일 년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견제 받지 않는 인사권을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검찰의 인사 혼란으로 이어졌다. 윤총장은 마지막에는 수세에 몰리기도 했지만 본의 아니게 차기대권주자 여론조사 1위까지 오르게 된다. 추장관 덕분이다. 추장관은 존재감도 없다.

검찰개혁에 ‘윤총장 찍어내기’는 결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들이 개혁세력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추 장관은 어찌 생각했는지 몰라도 ‘찍어내기 시도’는 윤총장의 의지와 달리 저항세력의 상징으로 만드는 우를 저질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 최종 후보 2인으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선임했다./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 최종 후보 2인으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선임했다./공동취재단

새해가 되면 곧 야당의 비토와 견제에도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23명 검사, 40명 수사관, 사무처 직원들, 공수처 건물 등등의 진용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다. 공수처 역시 출범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때부터 입만 열면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을 외쳤다. 윤 총장을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드는 게 검찰개혁은 아니다. 추·윤 대립 사태는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긴 했지만 그만큼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다수의 국민은 이런 게 검찰 개혁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또 검찰개혁은 국민의 동의 아래 보다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경종도 울려주었다. 공수처법만이 제도적으로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대목도 물론 알려주었다.

검찰의 변화는 외부로부터의 제도적 개혁에 앞서 검사 개개인이 내면화한 책무성과 소명 의식, 이른바 규범성을 강화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외생적 제도 개혁에 앞서 검찰 구성원 개개인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득권 집단인 검찰 성원들에 의한 이러한 내생적 변화는 쉽지 않다. 이를 넘어서야 진영을 초월한 규범적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새 법무부 장관 인선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협조 관계를 통한 후속 검찰개혁 작업, 일명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오자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도 했다.

여당도 이번 주 검찰개혁TF를 출범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법무부의 징계사유에 부적절하고 비위가 있다는 식의 법원 판단이 있었던 만큼 검찰개혁 TF가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를 7개월여 남긴 윤 총장은 임기를 채울 의지를 내비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새해 1월 초 시행된다.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활동에 따라 검찰개혁이 국민이 원하는 종착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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