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경심 '동양대 표창장' 유죄 결정타는 딸 카드 내역
입력: 2020.12.29 05:00 / 수정: 2020.12.29 05:00
594쪽 분량의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정 교수에게 유리한 주장을 한 동료 교수들의 증언을 모두 배척했다. /이새롬 기자
594쪽 분량의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정 교수에게 유리한 주장을 한 동료 교수들의 증언을 모두 배척했다. /이새롬 기자

'딸이 도와줬다' '컴퓨터 못 다뤄' 동료 증언 모두 배척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도 유리한 법정 증언은 있었다. 정 교수의 직장 동료인 동양대 교수들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 교수의 딸 조민 씨가 동양대에 내려와 어머니의 일을 도와주는 것을 듣거나 목격했으며, 이에 대한 포상으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발급했다고 증언했다. 또 표창장 위조 의혹의 핵심인 총장 직인을 사용할 권한이 정 교수에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594쪽 분량의 정 교수 1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결과적으로 이들의 증언을 모두 배척했다. 정 교수에게 천군만마였을 동료 교수들의 증언은 왜 법정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 '수업 날짜에 서울에서 식사'…카드 내역에 무너진 증언

동양대 교수 장모 씨와 강모 씨는 각각 7월 27일과 9월 8일과 정 교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강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당시 정 교수에게 "딸이 일을 도와주러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어머니의 일을 돕는 조 씨에게 무엇으로 포상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 동료 교수가 "표창장을 주자"고 제안해 표창장을 발급해 줬다고 증언했다. 장 교수 역시 강 교수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며 조 씨가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강 교수와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전직 동양대 원어민 교수 A는 조 씨를 직접 봤다는 증언도 했다. A는 "2012년 여름방학 당시 정 교수가 '사무실에서 딸이 수료증 프린트 업무를 하고 있으니 가서 좀 도와줘라'고 해서 사무실에 갔더니, 한 여성이 일하고 있어 정 교수의 딸임을 추측했다"고 말했다. 그 여성은 자신을 '조민'이라고 소개했다고도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말 조 씨가 동양대에서 봉사 활동을 했는지'에 집중했다. 먼저 조 씨의 동양대 표창장 내용을 살펴보면 '동양대 인문학 영재프로그램의 튜터로 참여해 자료 준비 및 에세이 첨삭 지도 등 학생지도에 성실히 임했기에 그 공로를 표창함'으로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의 영어에세이쓰기 수업은 1·2기만 개설됐고 3기 때에는 신청 인원 미달로 개설되지 않았으므로 조 씨가 튜터로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은 1기 또는 2기"라고 판단했다.

당사자인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2년 1~2월, 7~8월 동양대에서 튜터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2012년 3월 20일~5월 29일 진행된 2기 수업에서는 활동하지 않았다고 조 씨도 밝혔다. 1기 수업은 2012년 1월 14일과 21일, 28일 그리고 2월 4일과 11일 총 5회에 걸쳐 열렸다. 하지만 판결문에 드러난 조 씨의 카드 거래 내역을 보면 조 씨는 1월 14일에 서울역 소재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고 21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피부미용실을 이용했다. 다른 수업 날짜 역시 동양대가 위치한 경북 영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재판부는 "조 씨가 동양대에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양대에서 튜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정 교수 측은 비록 표창장에 적시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조 씨가 2012년 여름방학에 동양대에 내려와 봉사활동을 한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살펴본 3기 프로그램이 폐강되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캠프가 대체 강좌로 신설됐고 조 씨가 이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이다. 조 씨와 강 교수 등이 지목한 기간 역시 2012년 여름방학이다.

이 주장도 카드 내역이라는 난관을 넘지 못했다. 폐강된 3기 프로그램 일정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 여름방학 프로그램은 8월 14일부터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 기간에도 조 씨가 영주에 머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씨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통장 거래내역에 의하면 2012년 8월 중순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기간 중 29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또는 부산에서 체크카드,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ATM에서 출금한 내역이 존재하는 반면, 영주에서의 사용 내역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설령 2012년 여름방학 동안 조 씨가 동양대에서 다른 봉사활동을 했더라도, 영어 캠프가 아닌 '인문학 영재프로그램'의 공로를 인정한 표창장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0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점식(55)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소장을 띄워둔 채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수원고검, 수원지검, 춘천지검 국정감사에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점식(55)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소장을 띄워둔 채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수원고검, 수원지검, 춘천지검 국정감사에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 '표창장 권한 전결' 유리한 증언은 사실 없었다

정 교수 측의 또 다른 변론 요지는 '전결'이었다. 정 교수가 최성해 당시 동양대 총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이에 따라 총장 직인을 사용할 권한을 위임받아 전결권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최 전 총장이 정 교수는 물론 그의 딸 조 씨를 아낀 건 여러 증인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8월 강 교수는 "정 교수가 (최성해 당시) 총장님과 친분이 가까워 제 상관처럼 느껴졌다. 총장님의 신임이 두터워 유례없이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전결권을 둘러싼 공방이 극에 달한 건 7월 장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다. 이날 장 교수는 '교수 선에서 총장 명의 상장 발급이 가능하다'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검사: 증인은 OOOO 인터뷰에서 인문학 사업에서 수상자 선정은 내부에서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의미는 교수 선에서 총장 명의 상장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장 교수: 네 저희는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장 교수의 증언은 교수가 수상자를 선정할 권한이 있는지, 아니면 총장 명의 상장을 발급할 권한이 있는지 엇갈리기 시작했다.

검사: 증인 말씀은 교양학부 교수 선에서 총장 명의 상장이 나간다는 겁니까?

장 교수: 학생은 저희가 선정합니다.

검사: 내부 결재가 있어야 합니까?

장 교수: 내부 결재할 때 때 누구를 준다고 안 하고 몇 명 준다고만 합니다.

검사: 자꾸 동문서답하지 마시고요. 총장 명의 상장 나갈 때 총장 결재를 받습니까?

분위기가 과열되자 재판부는 "(상장을) 받으려면 결재를 올려야 합니까, 아니면 본인이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장 교수는 "결재를 올린다"라고 답했다. 판결문에는 이날 증언을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 재판부는 장 교수의 증언을 놓고 "증인은 전결의 의미가 수상자를 선정하는 권한이라고 진술했을 뿐 결재서류 없이 총장 직인을 마음대로 날인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동양대 위임전결 규정에 각 기관 부서장에게 포상에 관한 전결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없는 점이 더해지며 전결권을 가졌다는 주장은 힘을 잃었다.

◆ '컴맹' 변론의 힘을 잃게 한 어떤 문서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지 못해 표창장 위조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이에 따라 MS 워드 프로그램만을 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 교수가 동양대 어학교육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으로 함께 근무한 오모 씨의 증언에도 부합했다. 오 씨는 7월 16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정 교수가 MS 워드만 사용해서 저와 트러블이 있기도 했다. 팩스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정 교수였기 때문에, 스캐너나 복합기를 사용하는 걸 본 적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은 10월 15일 공판에 MS 워드만으로도 30초 만에 표창장 위조가 가능하다며 '위조 시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은 "피고인은 문서를 스캔하고 스캔한 문서에 특정 부분을 캡처하거나 오려 붙여 다른 파일에 삽입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였다. 그 사유로 정 교수가 35년 전 일한 회사의 경력증명서 파일을 들었다.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에는 '경력증명서 OO(회사명).pdf' 파일과 이 파일명을 한자로 옮긴 '經歷證明書(경력증명서).docx' 파일이 있었다. 두 문서는 재직 기간과 글자 색깔이 달랐다. 재판부는 두 파일의 생성 시각과 최종 저장 시각, 작성자와 수정자를 분석한 결과 '경력증명서 OO(회사명).pdf' 문서를 스캔해 일부분을 잘라 '經歷證明書.docx' 문서에 붙여넣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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