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택시기사 폭행 논란' 이용구…특가법 해석 제각각
입력: 2020.12.24 05:00 / 수정: 2020.12.24 05:00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만취해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종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만취해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종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경찰, 판례 근거로 제시…이 차관은 사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인 지난달 초 만취해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을 경찰이 내사종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이 당시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가 아니라 운행 중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게 쟁점인데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운전자 폭행사건 판례를 제시했다. 이중 대법원이 지난 2017년 6월 확정한 사건을 보면 피고인 A씨는 2016년 4월 개인택시를 탔다가 운전사를 폭행했다. 1심은 특가법을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차 중이던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 운행 중이던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시비를 걸자 피해자가 인근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파출소에 신고한 점 등을 근거로 운행 중이던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이 사건과 이 차관의 사건은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교통전문 변호사는 "'여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지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데, 이 경우는 승하차를 위해 일시정지한 경우 등이 아니고, 시비를 가리기 위해 정차한 것으로 본 것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반면 '운행 중' 기준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운전자 폭행 금지 보호의 법익은 운전자 본인의 신체적 완전성과 건강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운행중인 차량의 운전자에게 폭행이나 유형력을 행사했을 때 발생될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등 2차 피해 발생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운행중인가 아닌가 하는 기준과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판례도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는 지난 2017년 11월 특가법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에서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 한 경우'는 '운행 중'의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헌재 결정은 2015년 특가법 개정 이전 사건을 판단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교통사범 수사실무에는 '목적지에 도달했으나 승객이 자고 있어 깨우는 경우에는 목적지에 도달해 운행목적이 달성돼 운전의사가 종료됐다고 할 것이므로 운행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걸어놓고 운전자가 요금 시비로 차에서 내린 경우 운전의사가 없어 운행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다만 검찰 수사실무는 2013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특가법 개정 후 벌어진 이 차관 사례에 참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 문제를 떠나 이용구 차관에게 도의적 비판도 거세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차관은 21일 입장문을 내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히 처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봐주기 의혹' 등 사건 전반을 재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법세련 등이 고발한 이 차관 사건을 23일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수사 또는 경찰 수사지휘 여부를 포함한 향수 수사방안은 배당받은 부서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만취해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종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동률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만취해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종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동률 기자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해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는 미터기를 켜놓은 채 정차 중이었으며, 기사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조사한 결과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이튿날 B씨는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사건은 지난달 12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현행법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행중인 운전자를 폭행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5년 법 개정으로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가법을 적용할 경우 단순폭행과 달리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을 할 수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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