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정경심 재판' 치열했던 15개월…1막은 끝났다
입력: 2020.12.24 00:00 / 수정: 2020.12.24 00:00
23일 법원이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새롬 기자
23일 법원이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새롬 기자

의혹 제기부터 징역 4년 선고까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5개월, 최초 기소 14개월 만이다. 정 교수 재판은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건 중 가장 비중이 컸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로서 가족 중 가장 먼저 기소된데다 배우자는 물론 5촌 시조카까지 공범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도 시끄웠지만 1년 넘게 진행된 수사·재판도 힘겹고 뜨거웠다.

◆장관 후보 내정과 함께 시작된 의혹 제기

정 교수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8월 9일 배우자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다.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뒤 사모펀드 투자부터 자녀 입시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의 고발이 빗발쳤고 검찰은 같은 달 27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늦은 밤, 검찰은 공소시효를 눈앞에 두고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사문서위조 혐의)으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에 배당됐다.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10월 21일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해 기존 입시 비리 의혹과 함께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증거인멸 교사 등 11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달 24일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며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해 정 교수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교수는 이때 구속된 뒤 구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나오지 못했다. 검찰은 같은 달 31일 정 교수의 구속기간을 연장하고 2019년 11월 11일 14개 혐의로 추가기소 했다. 혐의는 △자녀 관련 의혹(사문서위조, 업무방해,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투자 관련 의혹(업무상횡령, 자본시장법상 거짓 변경보고·미공개정보 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 관련 의혹(증거위조 교사, 증거인멸 교사, 증거은닉 교사) 이다. 법원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9부에서 심리하던 사문서위조 사건까지 형사합의25부로 재배당해, 정 교수는 모두 15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공은 법원으로 넘겨졌지만 더 커진 논란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 사이 사실관계·법리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공소사실 관련 공방도 그렇지만, 정 교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서는 검찰 수사와 공소제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당일 기소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공범 △범행 일시 △장소·방법 △행사 목적을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사실상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모든 혐의내용이 바뀌는 취지다. 기소란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해 법원에 내는 것인데, 그 '공소장' 내용을 기소한 뒤 상당 부분 바꿔 달라는 셈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한 조 전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감행했다는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2019년 12월 10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없다'는 법리적인 이유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이에 공판 검사들이 얼굴을 붉히며 식식대고, 때로는 자리에서 우르르 일어나 재판장에게 고성으로 항의해 재판이 중단되는 생소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 달 17일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의 부당성에 대해 상급심에서 판단받겠다"며 정 교수를 추가기소 했다. 한 사건을 놓고 두 번이나 공소제기를 한 것이다. 정치적 기소에 이어 '이중 기소' 논란이 들끓었다.

◆증인 출석했지만 증언 거부한 조국 전 장관

한 해가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정 교수 사건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바뀌었다. 기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가 이끌었다. 새 재판부는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로 이뤄진 '대등재판부'였다. 새 재판부는 1월 정 교수 측이 청구한 보석해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3월 13일 기각했다. 정 교수는 두 달이 지난 5월 1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1년 넘게 진행된 정 교수 재판의 공방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최초 기소 1년째인 9월 17일에는 정 교수가 법정에서 쓰려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후 공판에 다시 출석했지만 결국 재판부 허가를 받고 약 2시간 만에 법정을 나가 피고인없이 재판이 이뤄지기도 했다.

정 교수 재판에서는 1년 내내 최초 기소된 혐의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학생과 조교부터 동료 교수까지 증인석에 앉았다. 정 교수는 가족도 마주해야 했다. 5촌 시조카이자 사모펀드 관련 의혹 공범인 조모 씨에 이어 배우자 조 전 장관도 증인으로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 저도 배우자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위조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표창장 위조 혐의를 부인하며 '피고인은 MS 워드 프로그램에만 능숙한데, 이 프로그램으로는 공소장대로 표창장을 위조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이를 입증하겠다는 차원에서였습니다. 검찰은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상장 용지를 가져와 시연을 보였지만 하지만 정 교수 측은 "공소장 내용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 '법원의 시간'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 대해 징역 7년과 벌금 9억 원, 추징금 1억 6400여 만원과 범행에 이용된 컴퓨터 2대 몰수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구형 의견으로는 "이 사건은 학벌의 대물림이자 부의 대물림이고, 실체적 진실 은폐를 통한 형사처벌 회피"라며 "시민의 요구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국정농단' 사건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10년의 삶이 발가벗겨지고 저에 대한 수사의 칼날이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겨눠지는 걸 보고 사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며 "검찰 조사를 마치고 법정에 출석하며 검찰이 제게 덧댄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법에 문외한이지만 이런 희망을 믿는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제출한 자료를 꼼곰히 검토해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조 전 장관까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불구속기소 되자 변호인은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법원의 시간은 정 교수의 편에 서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5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업무방해 등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 추징금 약 1억 38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15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배우자에 대한 청문회 무렵부터 변론 종결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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