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법원의 시간'은 혹독했다…정경심 15개 혐의 중 11개 유죄
입력: 2020.12.24 05:00 / 수정: 2020.12.24 05:00
23일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새롬 기자
23일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새롬 기자

'PC 은닉' 구사일생…"교사범 아닌 공동정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사모펀드 의혹에서도 상당 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5촌 시조카 조모 씨와 공모해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는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과 이를 이용해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증거인멸 관련 혐의는 대부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자산관리인을 시켜 증거를 은닉하게 한 혐의에 대해 정 교수를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하겠다"고 판시했다.

◆ '사법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법원 '모두'

정 교수의 핵심 혐의는 딸 조민 씨를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조 씨의 △단국대 인턴십 확인서 △공주대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 수료증 △키스트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표창장을 허위로 발급받거나 위조했다는 내용(사문서위조)이다. 이 허위 서류를 조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해 해당 학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도 있다.

정 교수 측은 학생의 인턴십 확인서 특성상 일부 내용이 과장됐지만 해당 기관에서 인턴 활동을 한 건 사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국대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 수료증 △동양대 표창장에 대해 "모두 허위"라고 봤다. 조 씨가 해당 기관에서 서류에 기재된 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공주대·키스트 인턴십 확인서는 기재된 내용이 '실제 활동 보다 부풀려지거나 추가된 내용이 있다'며 허위 서류라고 봤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결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입시 문제를 사법 영역에서 다루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평가자가 후하게 써 준 확인서를 놓고 형사재판에서 '이만큼 열심히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물음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이러한 부분을 따졌고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정 교수 측은 '피고인의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는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교수가 과거 무역 업무를 할 때 작성한 문서 파일의 생성 과정을 보면, 총장 직인을 스캔해 다른 파일에 삽입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정황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임도 인정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일하던)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한인섭 당시 센터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작성해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자신의 딸이 교육청 협력사업의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해 수당 320만 원을 챙긴 혐의(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제자를 연구보조원으로 삼고 연구비를 미리 지급해 줬는데, 제자의 사정으로 딸이 대신 일 하게 되자 제자가 미리 받은 연구비를 딸에게 보내주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의 제자와 딸 두 사람 모두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거짓 신청에 의해 연구보조원 수당을 편취하겠다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했다.

◆ 시조카 1심 판결과 '같은 듯 다른 듯' 사모펀드 의혹

정 교수는 5촌 시조카 조 씨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에 위법한 투자를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정 교수가 두 차례에 걸쳐 코링크PE에 10억 원을 투자하고 이에 대한 수익을 보전받기 위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1억 5700만 원 상당을 횡령했다고 봤다.

정 교수 측은 '10억 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6월 공소사실상 공모 관계인 시조카 조 씨의 1심 재판부 역시 이 돈을 대여로 판단하고 정 교수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교수 재판에서도 업무상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 교수 역시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정 교수의 재판부는 10억 원을 대여가 아닌 투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편의 조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담보도 제공받지 않고 거액을 대여했다는 것은 일반적 거래 관행에 맞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조 씨에게 준 10억 원의 법적 성질은 투자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횡령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자금을 횡령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공직자 배우자로서 재산 신고 의무를 피하고자 동생과 단골 미용사 명의를 빌려 거래했다는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상당 부분이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배우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서 퇴임하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기 전까지 발생한 14일 동안의 차명 거래도 재산을 은폐할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조 전 장관에 대해 민정수석 퇴임 전부터 법무부 장관 내정자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던 점 △조 전 장관이 공직자가 아닌 기간이 불과 14일인 점 △공직자윤리법상 퇴임한 뒤 1년 이내 다시 공직자가 됐을 때 퇴직한 날 이후 재산 변동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코링크PE 투자사 더블유에프엠(WFM)의 호재성 정보를 듣고 투자해 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역시 대부분 유죄 판단을 받았다.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공소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진을 서울중앙지검(왼쪽)과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공소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진을 서울중앙지검(왼쪽)과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 증거은닉 무죄지만…"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

시조카 조 씨의 1심 판결이 정 교수에게 유리한 전망을 내놨다면 반대로 불리한 가능성이 제기된 판결도 있었다. 정 교수 지시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씨의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거은닉 정범이 유죄 선고를 받은 만큼 교사범인 정 교수에 대한 판단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수사를 대비해 증거를 숨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령 고의가 있었더라도 김 씨가 컴퓨터를 보관하는데 정 교수의 가담 정도가 커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변론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한 범죄라고 규정한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는 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재판부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 씨의 증거은닉 행위를 (지시한 것이 아닌) 함께 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정 교수를 교사범이 아닌 김 씨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2018년 2분기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한 혐의 역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 혐의는 시조카 조 씨 사건 1심 재판부 역시 정 교수와의 공범 관계를 인정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피고인이 사전에 보고서 위조를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하지만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동생 정모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는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증거인멸 행위로 수사와 재판이 실제로 방해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무죄로 판단한 김 씨에 대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도 피고인의 행위로 다른 사람이 처벌받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며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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