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포스트 윤석열'서 인사대상 1순위?…조남관의 앞날은
입력: 2020.12.21 05:00 / 수정: 2020.12.21 05:00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10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10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참여정부 인연 '실세 고검장'…윤 총장 징계 국면서 돌아서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주십시오.'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올린 글의 제목이다. 이 결단이 어떤 파장을 낳게될까.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던 조 직무대행이 다음달 인사 대상 1순위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8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하면서 '차기 총장'감으로 거론되던 조 직무대행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뒤바뀐 건 이프로스에 해당 글을 올리면서다. 조 직무대행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 하루 전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에 비판적 속내를 드러냈다. 감찰 결과 중대한 혐의가 발견됐다며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에게 지나친 조치라며 직무정지 명령과 징계청구를 모두 철회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맞선 것이다.

조 직무대행의 이같은 행보의 배경이 관심사다. 윤 총장의 턱밑에서 그를 견제할 것이라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1월 추 장관의 첫 인사에서 법무부 최고 요직인 검찰국장으로 발탁돼 추 장관을 보좌하던 그였다. 반년 만에 고검장으로 승진하면서 검찰 '넘버 투(NO. 2)' 자리에 올랐다. 추 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실세'라는 평가가 빈말은 아니었다.

이프로스 글에 이어 윤 총장이 법원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인용으로 대검에 복귀하자 '후속타'마저 때렸다. '판사 사찰 의혹' 사건 등 윤 총장 혐의와 관련한 사건을 모두 서울고검에 배당하도록 지시하고 대검 감찰부는 아예 손을 떼도록 했다. 법무부는 "차장검사의 지시 시기와 지시에 이른 경위로 볼 때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감찰부가 판사 사찰 의혹 수사 당시 조 직무대행 보고를 '패스'한 것도 이미 윤 총장과 한 배를 탔다고 봤기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국회 인근의 식당을 찾고 있다. /배정한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국회 인근의 식당을 찾고 있다. /배정한 기자

조 직무대행은 참여정부와 남다른 인연이 있어 애초 윤 총장의 사람은 아닌 것으로 분류됐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부산지검 검사로 첫 임관했다. 이후 2006∼2008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 비서실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 사후에는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 한 죄스러움이 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가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쳤다. 동부지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하고 조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할 만큼 정부의 신뢰를 받았다.

조 직무대행이 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양보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강조한 것은 '전체 검찰구성원들의 마음'이다. 그는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성원 의사를 경청하고 의견이 다를 때는 설득해서 진정한 승복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그의 원칙"이라고 했다.

들끓는 후배 검사들의 여론을 본인이 나서 전달해야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는 올 상반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면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히려 애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수사본부에 맡기자고 제안한 절충안도 조 직무대행이 대검 간부들과 머리를 맞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를 수용했지만 추 장관은 단칼에 거부했다.

조 직무대행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기 생각을 강요하진 않지만 끌려다니는 편도 아니다. 다양하게 듣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결이 같았던 조 직무대행조차 편을 들 수 없을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무리였다는 해석도 한다. 반면 어떤 검사든 웬만한 각오 없이는 결정적인 순간 '조직'을 택할 수밖에 없는 뿌리깊은 검사 동일체 문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조 직무대행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만큼은 검찰 안팎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조 직무대행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분"이라고 했다.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은 내년 1월 인사까지는 챙기고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직무대행은 내년 설날을 어디에서 맞게 될까.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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