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1박2일 불켜진 법무부 청사 …17시간 반 만에 '정직 2개월'
입력: 2020.12.16 06:33 / 수정: 2020.12.16 06:43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손경식(왼쪽부터), 이석웅, 이완규 변호사가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손경식(왼쪽부터), 이석웅, 이완규 변호사가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치열했던 2차 징계위…밤샘 논의 끝 의결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사상 최초 검찰총장에 중징계를 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17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심의로 날을 넘겨 장고를 거듭했다. 장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증인 5명의 심문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의결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돌연 오후 7시 무렵 당일 결론으로 방향이 굳혀졌다. 하지만 자정 쯤 나오리라 기대했던 결론은 이튿날 새벽 4시에서야 알려졌다.

◆AM 10:34

징계심의위는 오전 10시34분 시작됐다. 우선 윤석열 총장 측의 모든 신청을 기각했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기피 신청하고, 이 두사람과 제척사유로 빠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진 회피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 예비위원을 지정해 검사징계법상 규정된 7명으로 징계위를 구성해달라는 게 골자였다.

징계위는 직권으로 증인 채택한 심재철 국장을 철회하고 대신 진술서를 받았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의 진술서에 탄핵할 내용이 많으니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기각됐다.

증인 7명 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부터 증인심문이 시작됐다. 손 담당관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작성한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책임자였다. 판사 문건은 정책관실 직무 범위 내에서 작성됐고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자료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PM 2:00

오후 첫 증인은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었다. 류 감찰관은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인데도 윤 총장의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를 발표 4시간 전에 알았았고 윤 총장의 대면 감찰 추진도 보고받지 못 하는 등 자신이 사실상 감찰에서 배제된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증인으로 등장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하면서 윤 총장이 '판사 사찰 의혹'으로 직권남용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삭제를 지시했다고 지목된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진술서 제출로 반박했다. 이 검사는 또 '검언유착' 수사팀이 MBC 관계자와 '제보자 X' 지모 씨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고서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는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이다. 지씨가 이동재 채널A 기자를 처음 만난 건 2월24일인데, 그 이전부터 MBC와 연락을 취했다면 사전 모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5일 오전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배정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5일 오전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배정한 기자

이 검사에 이어 증언한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대검 형사1부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검언유착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박 부장검사는 윤석열 총장의 지시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추진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검언유착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애초 출석 의사가 불확실했으나 이날 증인으로 나와 심문을 받았다. 한 부장은 이날 심문 대기시간 중 자신의 SNS에 "진실을 증언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이날 심문에서도 그동안 언론보도로 잘못 알려진 '검언유착' 사건 감찰, '판사 사찰 문건' 감찰 과정을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에 드문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감찰 업무 방향을 놓고 윤 총장과 마찰을 빚어왔다.

◆PM 7:30

7시간 가깝게 진행된 증인심문이 끝나고 윤석열 총장 측의 최종 의견진술 시간이 돌아왔지만 순탄치 않았다. 윤 총장 측은 심재철 국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진술서와 이날 새로 나온 증언, 확인하지 못한 감찰 자료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차례 기일을 더 열어 진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에 따르면 정한중 위원장은 17일 오후 한차례 더 기일을 열 여지를 보였으나 징계위원 논의를 거친 후 당일 결론을 짓겠다고 못박았다. 최후 진술은 1시간 후에 하라고 요구했으나 윤 총장 측은 이의를 제기한 끝에 진술 기회를 포기했다. 정한중 위원장은 오후 7시50분 정회를 선언했다.

징계위원들은 오후 9시 9분 회의를 속개해 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쪽지를 읽고 있다. /뉴시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쪽지를 읽고 있다. /뉴시스

◆AM 4:00

자정쯤이면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정한중 직무대리의 예상과 달리 징계위는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새벽 4시, 함께 밤을 샌 취재진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월' 제청안을 만창일치로 의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피곤한 표정의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코로나로 고초를 겪고 계신 국민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해서 오늘 결정했다"며 "증거에 입각해서 혐의와 양정을 정했다. 국민들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총장의 6개 비위 혐의 중 △법관 사찰 의혹 △채널A 사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심으로 인한 품위 손상 등 4개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한 것 아니냐는 윤 총장 측의 반발을 놓고는 "정해놓고 했으면 이렇게 오후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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