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양승태 대법원 비판해 전보…'시그널 인사'였다"
입력: 2020.12.15 14:19 / 수정: 2020.12.18 12:06
이수진(서울 동작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수진(서울 동작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규진과 인사모 저지 논의' 의혹에 "말도 안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주도한 판사라는 이유로 '본보기식'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 실장)과 함께 인사모 학술대회를 저지할 논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라고 부인했다.

이 의원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학술 모임을 탄압했다는 공소사실 관련 증인이다. 이 의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사모 활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서 대전지방법원으로 전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대법원에서 인사모 활동을 꾸준히 해온 회원은 저밖에 없었다. 제가 인사가 나니까 대법원 연구관들이 완전히 위축됐다"라며 "저처럼 유명한 판사를 '시그널'로 쫓아내면 무서워서 (인사모에) 못 가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이유로는 법관 독립의 중요성과 경직된 법관 인사 제도 개선을 들었다. 이 의원은 "국제 인권을 지킬 최후 보루는 법원이기 때문에 법관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다"며 "우리법연구회와 관련이 깊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으로 올 때도 반발이 많았는데, 회장을 할 고등부장 출신 법관이 딱히 없었고 김 원장도 흔쾌히 동의해 어쩔 수 없이 회장으로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법관 인사 제도를 주요하게 논의한 배경으로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막강해 법관이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고 숨도 못 쉬는 분위기였다. 코트넷(법원 내부 전산망)에 댓글도 못 달았다"라며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어떻게 해야 법관이 제대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인사모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비롯한 사법행정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은 인사모를 눈엣가시로 여겨 소모임 와해를 지시했고, 임 전 차장을 비롯한 대법원 수뇌부는 이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이 의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이 전 실장과 함께 인사모 학술대회를 저지할 방법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력히 부인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로 한 시민단체는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허위사실을 수차례 공표했다'며 이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고발건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날 이 의원은 인사모 모임을 할 때 모임 구성원과 논의 내용을 이 전 실장에게 알려준 적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인사모 모임 현장에서 오픈한 상태로 알려줬다. 이 전 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기 때문에 (인사모를) 지켜줄 거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임을 이용해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를 따라 인사모 활동을 저지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의원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당시 판사)과 박모 판사 등 인사모 소속 판사들에게 전화해 대법원의 분위기를 알려주고 인사모 학술대회 개최를 저지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수 언론 등에서 제가 마치 (인사모 학술대회 저지를) 종용했다는 식으로 났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판사에 전화해 확인도 했다. '누나는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 한 문자도 있다"며 "이탄희 의원도 국회에 와서 '누나가 그랬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다'라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주도한 판사라는 이유로 본보기식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남용희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주도한 판사라는 이유로 '본보기식'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남용희 기자

이 의원은 이날 '이 의원이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업무능력이 좋지 않았다'는 당시 직속 상사의 증언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원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전날(14일) 이 사건 재판에 나와 이 의원의 대전지법 전출을 놓고 "이수진 의원의 보고 건수가 다른 연구관과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보고를 받았고, 거의 매일 야근하는데 이 의원과 저녁을 먹은 기억은 없다"라고 했다. 이 의원의 전출은 그가 인사모 회원이어서가 아니라, 업무 능력이 부족해 내려진 인사 조처라는 설명이다. 이 전 연구관은 이 의원이 속했던 '민사 신건조'의 팀장이었다.

이 의원은 이 전 연구관과 결이 완전히 다른 증언을 내놨다. 이 의원은 "이 전 연구관은 특히 여성 연구관에게 모멸감을 주고 저에게만 두 번이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될 행동을 했다. (이 전 심의관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따로 김밥을 사서 먹거나, 일을 싸 들고 집에 가서 일했다"며 "전출을 희망하지 않은 연구관이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니, 김연학 전 인사총괄심의관은 매우 놀라고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도 사과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 전 연구관이 어떤 부적절한 행동을 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 의원은 "두 번이나 성추행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전출 조치에 사직서를 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인권 보호와 서민을 위한 결론을 내려고 힘들게 싸웠는데 그런 저를 (대법원에서) 내보내겠다니, 법관으로서 자존감이 떨어져서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정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며 "사표를 쓰려고 하니 지방에 계신 분들(동료)이 '나가서 사법개혁을 하려면 못 한다'고 하시고, 박병대 전 대법관이 불러 달래기도 했다"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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