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절차 따르지 않았다고 획일적 증거 부정 안 돼"[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경찰이 피의자 변호인에게 사전통보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더라도 반드시 위법한 증거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되돌려 보냈다.
A씨는 2013~2019년 노래연습장 화장실 용변칸에 소형카메라를 설치해 328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 유죄를 인정했다며 일부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당시 경찰관은 불법촬영한 동영상 파일이 담긴 컴퓨터 본체를 압수하면서 A씨에게 영장 집행 과정 참여 포기 의사는 확인했지만 변호인에게 참여 통지를 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더라도 변호인에게는 미리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도록 한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참여통지를 하지않고 영장을 집행해 위법수사의 정도가 무겁다"며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수집된 증거에 따라 이뤄진 피고인의 자백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목적에 맞지않는다"고 판단했다.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적법절차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취지에 반하게 된다면, 절차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압수수색 이전 컴퓨터 본체에 불법촬영 영상물이 저장됐다는 피고인 진술도 나왔고, 변호인도 영장 집행 상황을 문의하거나 참여를 요구한 적도 없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