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사방' 조주빈과 공모해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착취물을·유포한 '부따' 강훈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되는 강훈의 모습. /이새롬 기자 |
검찰 "인간 존엄성 없는 범죄에도 반성 없다…중형 불가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박사방' 조주빈과 공모해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착취물을·유포한 '부따' 강훈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8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훈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박사방 2인자로서 능동적,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음에도 조주빈에게 협박당해 소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회피 중"이라며 "이 사건 범행이 중하고 피고인 죄질이 불량함에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하면, 어린 나이를 참작해도 중형이 불가피하다"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검찰은 "조주빈 등 박사방 구성원조차 박사방에는 인간의 존엄성 없었다고 증언했는데, 피고인은 박사방의 2인자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친구들에게 비슷한 사이트를 만들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며 "인터넷 특성상 제작물이 삭제도 되지 않아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은 피고인 등 박사방 구성원을 엄벌해 이러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국민들도 엄벌을 청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15년간 전자장치 부착,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훈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박사방은 역할과 체계 없이, 조주빈이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섭외한 것으로 상호 연락 체계도 없었다"며 "박사방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제작해 돈 버는 도구에 불과했고 피고인을 비롯한 나머지 박사방 사람들은 조주빈에 이용당했거나, 조주빈과 다른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조주빈과 범죄 집단을 구성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훈은 만 17세 나이로 조주빈을 만나, 조주빈의 협박에 시달리며 그의 범행에 가담한 점을 참작해 달라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조주빈의 세뇌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이 조주빈을 만났을 당시 나이는 만 17세였고, 조주빈은 피고인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활용해 돈을 주면서 이용하고 때때로 협박도 했다. 조주빈의 꼭두각시로 따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살펴달라"고 강조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강훈은 "저는 심판 받는 게 처음이라 두렵지만, 피해자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며 "어떤 말로도 용서할 수 없겠지만 반성하고 참회하는 제 진심을 알아줬으면 한다.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기도 했다.
강훈은 "잘못된 성적 호기심에 휘둘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게 후회된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제 부탁을 들어줘서 휘말린 친구들에게도 미안하고 부모님께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지은 죄가 엄중해 처벌받을 것을 안다"면서도 "앞날을 준비하는 마음을 가엾게 여겨달라. 앞으로 경솔한 행동하지 않고 진실로 살겠다"고 호소했다.
강훈 측은 만 17세 나이로 조주빈을 만나, 조주빈의 협박에 시달리며 그의 범행에 가담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되는 조주빈의 모습. /김세정 기자 |
강훈은 '박사방' 주범 조주빈과 공모해, 미성년자 7명을 비롯한 여성 18명을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5월 구속기소 됐다.
재판 과정에서 강훈 측은 음란물을 공유받기 위해 조주빈에게 신체 사진을 보냈다가 약점을 잡혔고, 이를 주변에 알리겠다는 조주빈의 협박으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성착취물 촬영과 제작, 피해자 추행과 학대는 모두 조주빈의 단독범행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주빈 혼자 범행을 하고 그 이득을 독식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상 범죄단체로도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 사건 주범 조주빈은 지난달 26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징역 40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강훈 측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박사방 조직을 두고 "조주빈과 그 공범들이 아동과 청소년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채 오로지 그 범행만을 목적으로 구성하고 가담했다"라며 형법상 범죄집단으로 판단했다.
강훈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