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을 대표하는 법관대표가 대검찰청의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 논의한 결과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 |
"3, 4개 수정안 제시됐으나 모두 부결"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법관대표가 '대검찰청 재판부 사찰 의혹' 대응을 논의한 결과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 법관을 대표하는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7일 오전부터 하반기 정기회의를 열었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대응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대표회의 차원의 입장은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판사 문건 의안이 수정안 포함 모두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대표회의에 따르면 이날 3, 4개의 수정안이 제시됐으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관련 행정소송이 계속 중이고, 대표회의가 의견을 낼 경우 관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부결된 근거였다.
이날 회의에 제출된 안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이 제시된 후 현장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정안이 제시됐고, 표결은 원안에 이어 원안 취지와 유사한 수정안 순으로 진행됐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오늘 숙의 과정의 핵심은 법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며 "이에 관한 의견표명 등 방법론에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회의 측에 따르면 찬성 입장인 대표 법관들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고, 물의야기법관리스트 기재와 같이 공판 절차와 무관한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회의에 참석한 법관 사이에서는 "어떠한 논의와 결론도 정치적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한다.
대표회의는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규칙에 따라 표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2년 전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법관탄핵 결의 때만 예외적으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수정의안이 많이 제시돼 실제로 집계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당초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 △법관 근무평정 개선 △기획법관제 개선 △법관 임용을 위한 경력기간 상향 대비 촉구 △1심 단독화 확대 △형사전자소송 실시 확대 △조정위원회 제도 개선 △사법행정참여법관 지원 등 8건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주지법 대표법관이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으로 발의했다.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의안은 현장에서 다른 대표 9명의 동의를 얻어 안건으로 상정됐다.
전국 법관을 대표하는 법관대표가 대검찰청의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 논의한 결과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용희 기자 |
이날 대표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열렸다. 운영위원 소수만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법관대표는 각자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로 진행했다. 회의에는 전체 법관대표 125명 중 120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내리며 중대 비위 혐의로 '재판부 사찰 의혹'을 꼽았다.
윤 총장의 지시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법관의 활동, 성향이나 취미, 학력 등 판사의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윤 총장 측은 인터넷 검색이나 언론 기사를 통해 수집한 공개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위법한 정보 수집이라고 본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와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은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판사 사찰 의혹'을 사법부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