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특조위 고위인사 "세월호 더 밝혀질 게 없다"…혐의 부인
입력: 2020.12.02 00:00 / 수정: 2020.12.02 00:00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 첫 재판…"사실이라도 범죄 아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한 피고인은 검찰 기소를 놓고 '양심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폭력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9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특조위 설립 준비 과정부터 파견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복귀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설립 준비단을 축소해 방해했다"며 "이후에도 특조위 파견 공무원 인사 명령을 발령하지 않고, 임명을 중단하게 하는 등 특조위의 진상 규명 조사 업무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 등 9명의 피고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며, 설령 일부 내용이 사실이라도 법리적으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 전 실장과 관련해 기재된 공소사실은 허위로, 비서실장을 이 사건 공소에 포함하려 무리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전 수석 측 변호인 역시 전면 무죄를 주장하며 "현 전 수석은 이 사건 범행 실행에 나아가지 않았다. 다른 피고인들과 공범 관계라는 (공소장) 설명도 막연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 전 수석 측은 "이 사건은 관련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사실관계 판단에 있어 관련자 진술보다 객관적 자료 검토로 증명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전 수석 측 역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법이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안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들어 "검찰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서도 안 전 수석을 기소하지 않으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이라고도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진철 전 인사수석,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9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남용희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진철 전 인사수석,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9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남용희 기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추천 위원으로 1기 특조위 부위원장을 지낸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준비한 서면을 손에 들고 30분 넘게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조 전 수석은 검찰의 기소를 놓고 "특조위가 수차례 꾸려졌지만 더 이상 밝혀질 게 없다는 점만 증명됐다"며 "(이번 재판이) 이런 현실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양심을 틀어막으려는 폭력이 영원히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법조계가 서양의 현대적 법제를 도입한 지 120년이 흘렀지만, 직권남용이 남용되는 등 형법 법리가 발전하지 못하는 후진적 법조 문화를 개탄한다"며 "법조의 무능함에 희생되는 국민이 안타깝고, 저 자신도 희생양이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재판은 소법정에서 이뤄졌는데, 아홉 명의 피고인과 이들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이 다수 출석해 자리가 비좁았다.

의견 진술에 앞서 조 전 수석은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은 "지금 재판받는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 의자만 있고 받침대도 없다"며 재판부에 건의했다.

또 그는 "물을 갖고 올라오다가 보관 조치 됐는데 지금 목이 상당히 아프다. 개선해달라"고 재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법원은 보안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소지품 검사를 하고 액체류를 보관하고 있다.

앞서 이 전 실장 등은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내정된 파견 공무원에 대한 인사명령을 발령하지 않거나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특조위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수사와 공판은 지난해 11월 꾸려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맡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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