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530억 소송' 패소
입력: 2020.11.20 11:31 / 수정: 2020.11.20 11:31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세정 기자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세정 기자

김용익 이사장 "충격적인 결과…항소할 것"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5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20일 건강보험공단이 케이티앤지, 한국필립모리스 주식회사,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2014년 4월 건강보험공단은 "담배의 결함으로 흡연자에 폐암, 후두암이 발병했고, 보험급여 비용으로 손해를 입게 됐다"며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6년 만에 결론을 내는 법원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징수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담배를 제조와 보험급여 비용 지출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공단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없다고 봤다.

니코틴과 타르 등 중독성 물질을 제거하지 않는 등 제조과정에 결함이 있다는 공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흡연자가 안정감 등 니코틴의 효과를 기대하며 흡연을 한다"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고, 흡연자가 중독되지 않을 정도의 적정 니코틴 수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흡연 의사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흡연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됐다"며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 문제고,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널리 인식돼 있었다"고 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1심은 패소했다. /뉴시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1심은 패소했다. /뉴시스

흡연으로 폐암이 발생한다는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았다. 개인 습관과 유전, 주변환경, 직업 특성 등 흡연 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폐암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폐암이 비흡연자에게도 발병하는 점도 이유로 들며 폐암은 흡연으로 발생하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고 봤다.

공단은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날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충격적인 결과"라며 "담배의 명백한 피해를 법률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다했지만, 길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항소 의사도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공단은 담배의 피해를 인정받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회적으로 아직은 담배의 피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 형성이나 이런 게 부족하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담배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2천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천문학적 이익을 내면서도 단한푼도 피해자를 위해 보상한 적이 없다"며 "그런 책임을 사법부가 물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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