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조작' 제작진, 2심도 실형…피해연습생 12명 첫 공개(종합)
입력: 2020.11.18 11:43 / 수정: 2020.11.18 11:43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청자 투표 조작 혐의로 기소된 PD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청자 투표 조작 혐의로 기소된 PD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강동호·이가은 등 연습생 12명 피해…"엄벌 필요"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청자 투표 조작 혐의로 기소된 PD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는 CJ ENM PD 안 모 씨와 김 모 씨 등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1심과 같이 메인 PD 안 씨에게는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여만원을, CP(책임 프로듀서) 김 씨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투표 집계 업무를 담당한 보조 PD 이 모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프로그램 이틀 전에 이미 최종선발 멤버를 정해놓은 상태였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문자투표를 실시했다"며 "시청자들을 속였고, 수익금을 방송사인 CJ ENM으로 귀속할 의사가 있었던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며 투표 조작으로 피해 본 연습생 명단을 공개했다. △시즌1의 김수현·서혜린 △시즌2 성현우·강동호 △시즌 3 이가은·한초원 △시즌4 앙자르 디디모데·김국헌·이진우·구정모·이진혁·금동현 등 12명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게는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억울하게 탈락시킨 사실이 공정한 형사재판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 피해 배상의 출발"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과 방송의 공정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작으로 유리한 순위를 받은 연습생 명단은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 재판은 순위 조작을 한 피고인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오디션의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웠던 연습생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며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며 강동호 등 투표 조작으로 피해 본 연습생 명단을 공개했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방송화면 캡처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며 강동호 등 투표 조작으로 피해 본 연습생 명단을 공개했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방송화면 캡처

재판부는 안 씨와 김 씨, 이 씨 등 프로듀서들에게 "데뷔조 선정이라는 목적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바꿨다. 그 결과 순위조작으로 인해 억울하게 탈락시킨 피해연습생은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 밖에 없다"며 "국민 프로듀서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방송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CP 김 씨에 대해선 "총괄 프로듀서로서 지휘와 감독할 지위였지만, 시즌3, 4의 최종 데뷔 멤버 선정 과정에서 순위 조작을 묵인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메인 PD 안 씨는 "순위 조작을 가담했고, 1년 6개월간 기획사로부터 3700만원의 접대를 받고, 청탁한 기획사 연습생의 순위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보조 PD 이 씨는 "상급자의 요청과 지휘에 따라 가담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 특히, 김 씨와 안 씨는 실형을 피할 수 없다"며 "다만 모두 수사에 협조한 점과 CJ ENM이 처벌불원 의사를 나타낸 것은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며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안 씨 등은 케이블 방송사 엠넷(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1∼4 생방송에서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데뷔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특정 후보들에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다. 안 씨는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며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안 씨 등은 케이블 방송사 엠넷(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1∼4 생방송에서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데뷔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특정 후보들에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다. /엠넷 제공
안 씨 등은 케이블 방송사 엠넷(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1∼4 생방송에서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데뷔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특정 후보들에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다. /엠넷 제공

한편 시청자에게 배상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시청자 A씨는 문자 투표 조작 범행으로 투표 비용 100원을 손해봤다며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배상신청 진행이 배상금액보다 훨씬 크지만 100원은 기망행위가 명백하고, 나아가 이 사건이 시청자를 속인 사기 범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선언하는 큰 의미가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안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과 3699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CP 김 씨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을, 보조 PD 이 모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기획사 직원 김 모 씨 등 5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에서 7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기획사 직원 3명을 제외한 피고인도 모두 항소장을 제출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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