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아내, 이동재 바라보며 "대체 왜 협박을…두려웠다"
입력: 2020.11.16 14:16 / 수정: 2020.11.16 14:16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아내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동재(사진)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고 하루하루 불안하고 힘들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김세정 기자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아내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동재(사진)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고 "하루하루 불안하고 힘들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김세정 기자

'검언유착 의혹' 속행 공판…'제보자 X' 또 불출석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기자님 얼굴을 뵙고 싶었습니다. 왜 제 남편에게 협박에 가까운 말씀을 하셨습니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아내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고 "하루하루 불안하고 힘들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채널A 현직 기자 A 씨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사건 피해자인 이 전 대표의 아내 손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이 전 대표의 변호사를 통해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아 읽었으며, 두렵고 절망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손 씨는 "그렇지 않아도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은 할 게 없는데 저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절망하고 힘이 들겠느냐. 왜 저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이 형을 받고 들어간 뒤 저와 제 자식 단둘이 살면서 너무 괴로웠는데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고) 누가 저를 쫓아다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가던 손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기자를 바라보며 "사실 기자님 얼굴을 뵙고 싶었다"며 "안 그래도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 앉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75세, 80세다 돼서 출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씀을 하셨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손 씨는 "누구나 가족이 있지 않으냐.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어떤 어려움에 처할까 두려워하지 않느냐"며 "그런 가족이라는 부분을 가지고 처벌받을 수 있다고, 기자님이라 표현을 잘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두려웠다. 저희 남편을 협박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를 통해 유시민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관계자의 비위 의혹을 취재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손 씨는 "제가 아는 바로는 저런 걸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 왜 저런 이야기로 남편을 엮으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손 씨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인물이기도 하다.

변호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대표이사로 이름이 등재된 이상 검찰 조사는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검찰과 유착해 추가 수사 가능성을 빌미로 이 전 대표를 협박했다는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위한 질문으로 풀이된다.

손 씨는 이같은 변호인의 질문에 "자회사 대표이사로만 이름을 올리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 중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게 됐고 월급을 반납했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제보자 X' 지모 씨는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로 5번째 불출석이다.

박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공판에 지 씨를 다시 부르기로 했다.

이 전 기자는 2~3월 함께 재판에 넘겨진 후배 A 기자와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유 이사장 등의 비위를 밝히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옥중에 있는 이 전 대표에게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가족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협박성 편지를 보내 비위 폭로를 압박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이 전 기자의 편지에는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친지·측근분들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 '저는 다년간의 검찰 취재로 검찰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컨택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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