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판사님, 마지막 부탁입니다…" 이용수 할머니 법정 눈물바다
입력: 2020.11.12 00:00 / 수정: 2020.11.12 00:0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일본 정부 상대 손배소' 마지막 변론기일 출석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조선의 아이가 대한민국 노인이 됐습니다. 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법을 믿고 기다렸는데 왜 해결 못 해줍니까"

14살에 끌려간 아이가 90살이 넘은 노인이 돼 법정에 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호소로 법정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4년 전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1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 앞에 선 이용수 할머니는 어린 날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이 할머니는 14살의 나이에 대만 신죽의 가미카제 부대로 끌려갔다. 일본 군인은 그에게 '도시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어느날 군인 한 명은 이 할머니에게 "나는 내일 죽으러 간다. 도시코, 너는 나와 같은 '히가이샤'(피해자)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당시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아흔이 넘도록 '피해자'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대만 위안소에 도착한 이 할머니를 어떤 언니가 몰래 숨겨줬지만, 일본 군인은 "조센징을 내놔라"며 그 언니를 칼로 찔렀다. 군인은 이 할머니의 머리채를 쥐고 방으로 끌고 갔다. "군인방에 들어가라고 하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것만큼 힘든 게 어딨겠습니까". 할머니는 그 시절 기억으로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전쟁이 끝나고 1946년 어렵게 고향으로 돌아온 딸을 보고 어머니는 기절했다. 이 할머니는 "'엄마' 하면서 우니까 엄마가 까무러쳤다. '우리 딸은 죽었는데 귀신이 왔다'고 하면서 짚단에다 불을 붙여가지고 쫓아내려 했다. 언니가 '엄마 앞에 보이지 말라'고 해서 언니 방에 1년을 있었다"고 눈물로 떠올렸다.

이 할머니는 "저는 조선의 여자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대한민국의 늙은이가 됐다"며 "이제 의지할 데도 없고, 대한민국 법원에 와서 절박한 마음으로 해결해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하러 왔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것을 두고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데 피해자한테 말도 없이…이건 말도 안 된다. 청와대에서 농담으로 주고받은 것이 합의라고 나오더라"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분해서 혼자 펑펑 울었다. 10억엔까지 받았다 왜 그걸 또 받아먹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 할머니는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들고는 "절박한 마음으로 법에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저희 피해자가 있을 때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영원한 전범 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나이가 90이 넘도록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를 해야 합니까. 책임지세요"라고 소리쳤다. 법정은 이 할머니의 울분으로 가득 찼다.

고 곽예남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인당 위자료 2억원씩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이 보낸 소장을 여러 차례 반송하는 등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소장과 번역본을 공시송달했고, 5월부터 송달 효력이 생겨 약 3년 만에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일본은 현재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자국에 법적 책임을 미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으로 소장을 반송하는 등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원고 측은 위안부 피해는 인권이 침해된 것이라며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측은 이날 마지막 변론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고기일은 내년 1월 13일에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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