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다스는 MB 것" 옥살이…정봉주 재심 가능할까 
입력: 2020.11.11 05:00 / 수정: 2020.11.11 05:00
대법원의 이명박 전 대통령 17년형 확정 이후 정봉주 전 국회의원에 대한 사법부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대법원의 이명박 전 대통령 17년형 확정 이후 정봉주 전 국회의원에 대한 사법부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9년 전 '다스·BBK 의혹 폭로'로 실형…재심 가능성 엇갈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다스 비자금 의혹 등으로 중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됐다. 사법부가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못박은 셈이다. 이에 BBK 의혹을 폭로해 실형을 산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 불거졌다. 이 전 대통령이 형 이상은 씨의 명의를 빌려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을 팔아서 다스를 설립했고, 다스는 BBK에 다시 190억원을 투자해 자금이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BBK의 순자산은 127억원으로 190억을 투자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스와 BBK가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BBK의 창립자이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김경준 씨도 이 전 대통령을 BBK의 실소유자로 지목했다.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대학 강연 내용도 공개됐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2007년 대선 무렵 초선인 정 전 의원에게는 'MB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연일 집중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정 전 의원이 주장이 허위라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 전 의원은 최종 징역 1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정 전 의원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의 이명박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가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에 기초해 이뤄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혹 제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된다"며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된다.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 제기가 비록 공직 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약 241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하며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임영무 기자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약 241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하며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임영무 기자

재판부는 1년형을 확정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피고인이 제시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은 탄핵됐다"고 했다.

즉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정 전 의원 주장의 허위성을 입증했지만, 정 전 의원은 신빙성 있는 주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BBK 특검이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였다.

그러나 지난달 대법원은 9년 전 판단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것을 확인해줬다.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명확히 판결했고,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자금 241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여억원을 대납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정 전 의원은 2011년 말 수감됐다. 이듬해 말 만기 출소한 정 전 의원은 피선거권이 박탈당하는 등 한동안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놓쳤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 정 전 의원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007년 대선을 불과 2주 남긴 시점에 검찰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며 "MB 유죄가 밝혀진 만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봉주 전 의원의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정 전 의원을 직접 만나 진실을 밝히겠다며 대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효균 기자
여권 일각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효균 기자

정 전 의원의 재심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재심사유가 형성될만한 여지는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재심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 전 의원이 했던 주장들이 전부 진실된 것으로 바뀌어 판단됐는지 또 한 번 따져봐야 한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이라면 재심해도 좋은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심을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이 다스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이 김경준과의 횡령,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다'는 식으로 주장했다"며 "물론 전체 흐름을 보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것으로 인정하면 BBK와 김경준도 연관됐다고 보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해서 허위사실을 처벌받았다면 재심사유가 충분해 보이지만, 정 전 의원의 발언은 그것보다는 더 나아갔다"라며 "재심을 신청하더라도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재심 신청 의지를 이미 드러낸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정 전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며 "MB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정봉주는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질 것이다.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던 저는 11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다시 법과 정의의 심판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성추행 의혹 보도로 정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재심 주장은 잦아들었다.

<더팩트>는 정 전 의원에게 이 전 대통령의 형 확정과 관련된 입장을 직접 들으려 했지만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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