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이 주는 줄 알았다" 봉투 받은 군 간부 징계 정당
입력: 2020.11.10 07:00 / 수정: 2020.11.10 07:00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수도권 소재 모 사단 소속이던 대령 4명이 수도군단사령부를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수도권 소재 모 사단 소속이던 대령 4명이 수도군단사령부를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법원 "금품 수수 사실만으로 품위 유지의무 위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사단장의 친구가 준 돈을 받은 군 간부들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육군 모 사단 소속 전현직 대령 4명이 수도군단사령부를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2018년 11월 관내 한 식당에서 열린 사단장 이임 송별회에 참석했다. 해당 식당은 사단장인 B 소장의 친구 A씨가 운영했다. 송별회 자리에는 원고인 대령 4명과 B 소장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A씨는 대령들에게 현금 3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친구인 B 소장에게는 따로 주지 않았다.

다음 해 7월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수도군단사령부는 봉투를 받은 대령들이 청렴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근신 7일과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징계에 불복하고 지상작전사령부 사령관에게 항고를 했다. 사령관은 같은해 11월 견책으로 감경하고, 징계부가금을 취소했다.

징계 감경을 받았지만, 이들은 징계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며 수도군단사령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징계에 앞서 제대로 된 사실 조사를 받지 못했고, 의견 제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준 돈을 B 소장이 전한 격려금으로 알았고, '내가 주는 것이니 받아도 괜찮다'는 사단장의 명을 거스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A씨가 직무관련자도 아니고 청탁을 받은 사실도 없다며 군인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관내 민간사업자인 A씨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며 징계는 정당하다고 봤다.

사단장이 주는 돈인 줄 알고 받았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B 소장에게 사전에 이야기 없이 봉투를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과정을 목격한 원고들은 A씨의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부대의 장이 부하에게 격려금을 줄 때는 액수가 기재된 증서를 넣은 봉투를 주고 재정부를 거쳐 계좌로 입금받는다. 군 간부였던 원고들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사단장의 명을 거스르기 어려웠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정당하지 못한 금원을 받으라는 상관의 명에 따른 것이라고 해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관내에서 웨딩홀, 뷔페 등을 운영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계급 및 지위, A씨의 사업장 소재지 및 사업내용에 비춰볼 때 수수한 금액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군과 공직자 직무의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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