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6일 0시 우즈베키스탄 홈구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를 가진다. /게티이미지 |
한국-우즈벡, 마지막 승부!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숨 세다 숨 넘어가겠다.'
6일 0시(이하 한국 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마지막 원정경기라 펼쳐진다. 한국은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 등을 따지지 않고 러시아로 직행하기 위해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한국을 제물로 러시아행 불씨를 되살려야 하는 만큼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5년 전인 2012년 9월11일에도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룬 바 있다. 더욱이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전적에서 우리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한 조에 편성됐던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1패 승점 1점을 챙기는데 만족했다. 또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재회했을 때는 2-0으로 완패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1월15일 최종예선 5차전도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을 2-1로 제압했다. '공한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승리가 없다.
이란이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조 2위까지는 월드컵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3위는 플레이오프 진출로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지만 4위는 그대로 탈락이다. 한국은 최소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이 사실상 유력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변수는 시리아다. 전력상 시리아가 이란에 패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란이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시리아가 이란을 이길 경우 한국도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이겨야만 자력으로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다. 한국도 '비겨도 된다'는 식으로 여유를 부릴 입장이 아니다.
승리의 여신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중 어느 팀의 손을 들어줄지 양국 축구팬들의 이목이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축구 이야기 못지않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잠시나마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돈 뭉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즈베키스탄의 화폐단위는 '숨(Cym)'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공시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50숨이다. 하지만 달러 품귀 현상으로 '바자르'로 불리는 노천 시장에서 1달러에 7600숨까지 교환된다고 한다. 숨의 최고 액면가액이 1만 숨임을 감안할 때 한화 약 11만원 정도인 100달러를 환전하면 76만숨, 1만숨권으로 교환하더라도 76장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300달러 정도 환전한다고 했을 때 지갑은 물론 주머니 속도 숨으로 두둑할 정도의 돈뭉치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서 만난 가운데 우즈베키스탄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주목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
이방인인 우리가 볼 때는 그저 재미있는 이국적인 풍경이겠지만, 실제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라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000숨을 1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1달러에 7600숨이면 한화로 바꾸면 1달러에 7000원인 꼴이니 밥 한 끼 먹으려면 돈 세다 숨 넘어간다는 농담이 나올 만하다. 5일 현재 원 달러 대비 달러 환율은 1달러에 1131.50원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어쩌다 이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맞았을까. 우즈베키스탄은 1차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1차 산업 중에서도 농업 그 중에서도 최대생산물은 면화(Cotton)다. 여기에 경공업인 면화가공업이 발전했다. 농업 다음으로 우즈베키스탄을 이끌어 가는 산업은 광업이다. 특히 매장량 세계 5위의 금은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수출품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3위 규모의 천연가스(확인 매장량 1.58조㎥, 세계 확인 매장량의 0.9%)와 상당량의 원유(확인 매장량 6억 배럴)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옛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후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구(IMF)는 1997년 이자율과 환율의 자유화를 골자로 한 시장경제개혁안을 제안했지만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개혁의지 부제로 무산됐다. 정부의 개혁의지 부족으로 기업의 사유화가 더디게 진행됐고, 외국자본 유치도 미흡했다. 그 결과 은행과 증권 등 금융산업이 낙후됐고, 이는 경제개혁을 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수입대체산업화정책을 편 우즈베키스탄의 정책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과거 중남미국가에서 유행했던 수입대체산업화전략은 단기적으로 취약한 국내산업 육성에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입대체산업화전략은 쉽게 말해 공산품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지속할 경우 국내 제조업 붕괴로 이어진다. 또한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수입한 공산품의 가격은 치솟고 물가는 상승했다. 결국 우즈베키스탄은 연 13%에 달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정부는 통화량 조절을 위해 숨 발행량을 제한했다. 때문에 은행들은 늘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업 자체가 성장하지 못한 만큼 주식과 채권 시장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상상해 보라. 1달러에 2000원하던 환율이 1달러에 5000원으로 뛰었다고. 과거 5달러에 수출하던 1만원짜리 제품은 환율이 상승하면서 2달러에 팔수 있게 됐다. 면화와 금, 천연가스 등 부존자원을 소유한 국영기업이나 일부 지도층은 이득을 보게 된다. 반대로 1달러에 수입해 국내 시장에서 2000원에 팔던 물건은 하루 아침에 5000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어 올랐다. 물가는 상승하고 시중에 돈은 더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가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등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해야겠지만 걸음마 단계인 금융업 환경상 이 또한 어렵고, 외국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해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증가하는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