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없는 딸' 지난 2일 살해당한 딸의 유골을 안고 오열하는 피해자 어머니 A 씨. /유족 제공 |
'딸아, 예쁜 내 딸아'
목놓아 불러도 돌아올 수 없는 딸의 유골을 어머니 A 씨는 끌어안고 잠이 든다. 초등학교 이후 홀로 외국 생활을 했기에 10여년이 지나도록 얼굴을 두 세 번 밖에 못보면서도 한없이 자랑스런 딸이었다. 그런 딸을 A 씨는 허망하게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 26일 충북 제천의 한 야산. A 씨는 그곳에서 오열했고, 주저앉길 반복했다. A 씨의 딸 민주(가명·26) 씨는 지난 2일 이모(26) 씨에게 '헤어지자'고 이별을 통보했다. 이날 민주 씨는 이 씨에게 살해 당한 뒤 5일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 시멘트로 뒤덮인 채 묻혔다. 현장검증에 나선 이 씨를 보면서 A 씨는 몇 번이고 소리를 질렀다.
"예쁜 내 딸을 왜 죽였느냐고. 살려내라고."
"울분이 터집니다" 딸의 시신이 유기된 충북 제천의 야산에서 26일 이뤄진 현장검증을 지켜 본 후 A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장을 보니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
현장검증이 끝난 뒤 취재진은 A 씨를 따로 만났다. 창백한 얼굴의 그는 많이 지쳐있었다. 그러면서도 딸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의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는 굳었다. "현장을 보니 울분이 터집니다. 이 놈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사형시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A 씨는 믿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딸의 죽음은 현실이었다. "내 딸은 미국에 가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엘리트로 졸업한 아이에요. OO대를 조기졸업 해서 엄청난 학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애가 죽었어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민주 씨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뒤 유명 회사에 취직했고, 2013년께 1~2년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계획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해 부산의 어학원에서 재직한 뒤 최근 서울의 유명 기업과 억대 연봉을 받고 계약했다.
"내 딸을 왜 죽였냐" 피의자 이 씨의 현장검증을 지켜보며 오열하는 피해자 어머니 A 씨./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
무엇보다 A 씨는 딸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딸이 살해당한 것도 억울한데 죽일 놈(이 씨)이 우리 딸을 죽여놓고도 딸인 것처럼 애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중에 알고보니 내 딸을 무참히 짓밟기까지 했어요"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딸이 살해 당한 뒤 함께 일했던 동료의 증언과 친구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사진 속 딸은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아 얼굴이 퉁퉁 부었고, 손가락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왜 민주 씨는 부모님에게 털어놓지 못했을까. 1남 2녀의 맏이로 태어난 민주 씨는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다고 A 씨는 말했다.
'어떻게 키웠는데…' 자식들 뒷바라지에 평생 산으로 칡과 약초를 캐러 다녔다는 어머니 A 씨의 손끝엔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오경희 기자 |
"우리 민주는 맏이잖아요. 어렸을때부터 맏이로서의 짐을 많이 줬어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절대 말을 안해요. 자기가 다 삭혀요. 나는 내 딸을 대한민국을 빛낼 아이라고 생각했고, 마음으로만 생각했지 겉으로 표현을 못했어요."
자식들 뒷바라지에 평생 산으로 칡과 약초를 캐러 다녔다는 어머니 A 씨. 그는 취재진 앞에서 휴대 전화 속 생전 딸의 사진을 바라봤다. "얼마나 예뻐요?"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 슬픔과 원통함이 교차했다.
'이렇게 예쁜 딸인데…' 딸의 유품을 경찰로부터 건네받은 A 씨가 취재진에게 딸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
"그 놈을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겠어요. 한국에 법이 있다니 법으로 사형을 처해야지. 법이 못하면 제 앞에 내놓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죄? 다 필요 없어요. 내 손으로 똑같이 죽여야 되는데 10년을 선고받으면 뭐하고 사형을 시키면 뭐해요. 다 부질 없는 짓이지. 우리 예쁜 민주는 죽어서 없는데 법이 뭐가 필요해요. 사람이 죽었는데. 법이 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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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