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④ 시멘트 암매장] 피의자 이 씨, 태연한 '현장검증'
입력: 2015.05.28 05:25 / 수정: 2015.05.28 10:09
삽으로 땅을 팠습니다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모(26)씨가 26일 오전 충북 제천시 한 야산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 모자와 마스크 등을 쓰고 나타났다./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삽으로 땅을 팠습니다"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모(26)씨가 26일 오전 충북 제천시 한 야산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 모자와 마스크 등을 쓰고 나타났다./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이○○ ! (야산에) 도착해서 뭐했지?(경찰)"

"제 무릎 정도 깊이로 땅을 팠습니다(피의자)."

마스크와 모자로 가려진 얼굴 속 눈빛은 덤덤해 보였다. 행동은 태연했고 주저하지도 않았다. 목소리도 차분했다.

26일 오전 충북 제천시 한 야산에서 이른바 '시멘트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경찰과 피해자 가족은 피의자 이모(26)씨가 도착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씨가 여자 친구인 김 모(26) 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야산은 수풀이 우거졌다. 인적이 없고 애초에 외지인이 쉽게 찾을 수 없어 보인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산새들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이날 오전 10시 54분. 경찰차를 타고 이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 슬리퍼를 신고 경찰의 인솔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야산을 찾았다. 지난 7일 범행을 저지른 뒤 19일 만이다.

직접 시멘트를 나르는 이 씨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 씨가 시멘트를 나르며 시체를 유기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직접 시멘트를 나르는 이 씨'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 씨가 시멘트를 나르며 시체를 유기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경찰은 현장검증을 진행하면서 "야산에 도착해서 차 트렁크를 열고 삽으로 먼저 뭐했어?" "땅 판 뒤에 뭘 가져갔어?" 등 이 씨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 씨는 "시멘트와 다라이(고무대야). 어깨에 메고 옮겼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 씨는 주차한 곳에서 시체를 유기한 장소까지 약 50m를 왕복하며 사건 당일 상황을 재연했다. 그는 시멘트(40kg)를 어깨에 이고 여행용 가방을 끄는 등 행동으로 설명했다.

이 씨는 왼손을 깁스한 상태다. 지난 18일 경찰에 자수하기 전 스스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왼손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15분 동안 범행 당시를 그대로 재연했다.

철저한 현장검증 이 씨가 여행용 가방을 시체를 유기한 장소로 끌고 가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철저한 현장검증' 이 씨가 여행용 가방을 시체를 유기한 장소로 끌고 가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검증 내내 이 씨와 거리를 두며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피해자 어머니가 현장검증이 끝날 무렵 울분을 토했다.

"이놈아, 거울을 봐라. 감옥에서 밥을 먹고 물을 먹고…. 대한민국을 더럽히지 마라. 너는 자진해서 혀를 깨물고 죽어라. 나는 매일 네 사진에다 송곳을 찍고 침을 뱉고 우리 딸 당하듯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이 씨는 현장검증 내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재연이 끝나자마자 경찰차에 황급히 몸을 실었다.

이 씨와 김 씨는 지난해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강사와 수강생 신분으로 알게 된 뒤 교제했다. 그러다 이달 초 김 씨가 이별을 통보했다. 격분한 이 씨는 지난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서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피해자 어머니가 딸의 시신이 유기된 곳을 살펴보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사랑하는 내 딸아…" 피해자 어머니가 딸의 시신이 유기된 곳을 살펴보고 있다./제천=신진환 기자

이 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7일 오전 렌터카 트렁크에 시신을 넣은 여행용 가방 등을 실은 뒤 제천시 야산으로 이동했다. 그 뒤 1m 깊이의 구덩이를 판 뒤 시멘트를 붓고 시신이 든 가방을 넣은 뒤 다시 시멘트를 부어 암매장했다.

시신을 유기한 이 씨는 수원과 용인에 들러 삽과 고무대야 등을 버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숨기려 했다. 또 그는 김 씨의 아버지와 남동생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며 김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실패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이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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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영상] ◆ '시멘트 암매장' 사건 현장검증 (https://www.youtube.com/watch?v=fCy9eUkrENc&feature=youtu.be)

<영상=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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