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화성=황신섭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숱한 의혹을 남겼다. 그 중에는 믿기 어려운 헛소문도 많았지만 사실일지도 모르는 얘기도 더러 있었다.
<더팩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 진짜 범인을 둘러싼 황당한 사건 등 뒷이야기를 모아 정리했다. (▶[관련기사] [TF 포커스] 악몽의 28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
◆ 우리나라 최초 연쇄살인범은 누구?
두산백과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1929년 어린 아이 2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이관규 사건이 있었다.
그는 그해 6~7월 경기도 고양군 벽제면 대자리 산속과 영등포 주택가에서 11살, 9살 어린이를 각각 납치·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 8차 범행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인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8차 사건(1988년 9월 16일 발생)은 유일하게 범인을 잡은 경우다.
그러나 이 사건의 범인이 모방범으로 밝혀지면서 8차 사건을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모델인 하승균 전 경기지방경찰청 수사지도관 역시 당시 수사내용을 담은 자신의 책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에 8차 사건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 범인은 여름과 관계가 있는 사람?
이 부분은 정말 의아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발생 시기는 1월~5월, 9월~12월이다.
범인은 6월~8월 사이엔 단 한 번도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여기에 또 하나 의문이 있다. 범인은 1988년 9월 7일 7차 사건 이후 돌연 2년 가까이 냉각기(연쇄살인범이 범행을 잠시 멈추는 시기)를 갖는다.
그러다 돌연 1990년 11월 15일, 1991년 4월 3일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뒤 자취를 감췄다. 과연 범인에겐 어떤 심리 변화가 있었을까.
◆ 또 다른 살인도 있었다?
1996년 11월 3일 화성 연쇄살인과 수법이 비슷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에서 20대 여성의 알몸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부검 결과 이 여성 역시 성폭행을 당한 뒤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체가 훼손됐다.
하지만 당시 경기경찰청은 부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여성의 시체 훼손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화성 연쇄살인 11차 사건이 아니었겠냐는 의혹이 지금도 나오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를 모방 범죄로 판단했다.
◆ 영화 살인의 추억, 유전자 증거물 감식은 일본에 의뢰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한 남성의 유전자(DNA) 증거물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보낸 것처럼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국과수는 일본 과학경찰 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일본의 유전자 지문 감식 수준이 높고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일본 과학경찰 연구소는 감식을 6번 한 뒤 '더 이상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전자 감식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사건 탓에 정작 자국 사건의 유전자 감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내가 진범이다! 어느 사형수의 고백
자신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2003년 대전교도소에 살인죄 사형수로 복역 중이던 A(49) 씨가 동료 죄수들에게 ‘내가 화성에서 사람을 여럿 죽였다’고 고백했다.
A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 기간 실제로 화성에 살았다.
경찰은 부리나케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A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달리 성폭행 전과도 없었고 흉기만 사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A 씨 혈액형(O형)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혈액형(B형)과 일치하지 않았다.
◆ 경찰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역술인 소동
전라도에 사는 50대 역술인이 진짜 범인의 거주지를 제보한 사건도 있었다.
6차 사건 이후 이 역술인이 수사본부에 전화를 걸어 “기(氣)로 음양의 조화를 알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언덕 너머 함석집에 한쪽 손이 불구인 30대 남성이 살고 있다. 그가 범인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인하니 역술인의 말대로 함석집에 몸이 불편한 남성이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를 만큼 힘도 없어 범인으로 볼 수 없었다.
◆ 범인으로 몰려 목숨을 끊은 남성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남성 여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A(38) 씨는 1990년 12월 18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병점역 주변 열차 건널목에서 새마을호 열차에 몸을 던져 숨졌다.
10차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를 받은 B(32) 씨 역시 1991년 4월 17일 경기 오산시 자신의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여러 차례 경찰 조사를 받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C(41) 씨도 1993년 8월 3일 흉기로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hss@tf.co.kr
사건팀 tf.caseb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