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관객에게 늘 좋은 모습으로 인사하는 게 꿈"②
입력: 2022.06.14 00:01 / 수정: 2022.06.14 08:41

"어딜 가나 한국콘텐츠 이야기…배우로서 큰 원동력"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상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써브라임 제공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상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써브라임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 역을 맡았다. 상현은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 미스테리한 인물이자,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의 서사를 한 데 모아 이끌어가는 배역이기도 하다.

송강호가 중심을 잡아주니 일본 영화 거장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 빛났다. 실제 가족이 아닌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군데 모였지만, 영화 말미 이들이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느낌을 주게 만드는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완성된 셈이다.

-배역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에는 직업이 세탁소 사장(물론 더 중요한 직업도 있지만)이다. 송강호가 하면 20년 간 한 우물만 판 장인 같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부산에 있는 세탁소에서 한 이틀 정도 실제 세탁소 사장님을 만나 연습을 했다. 미싱이나 다림질, 바느질 이런 것들을 배웠다. 전문적으로는 할 수 없고 흉내만 낸 거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세탁소 사장이라는 직업의 모습은 잠시 나온다. 그래서 동네 아주머니랑 눈 인사 하는 장면 같은 장면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이 또한 고레에다 감독의 디테일이자 능력이지 않나 싶다.

-감독의 디테일이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송강호 배우의 평가는 늘 극찬인 것 같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고레에다 감독 작품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감독이 아닐까' '영화는 뭔가 차가운 것을 보여주다가 따뜻한 감동으로 마무리하겠구나'하는 안일한 생각이다.

모두 선입견이었다. 현장에서 오히려 배우들에게 해방감을 주셔서 놀랐다. 일례로 상현이 딸과 마주한 신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디테일함이 드러난다. 그 장면은 신촌에서 직었는데 고레에다 감독이 저에게 특별히 어떤 감정을 잡거나 어떤 것이 중요한 신이라는 말을 해주시진 않으셨다. 그러다가 연기를 하는데 갑자기 고레에다 감독이 현장에서 대본에 없는 대사를 불러줬다. 상현이 딸에게 '진짜?'라고 하는 대사다. 앞에 딸로 나왔던 친구가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그런 연출을 가끔씩 하신다.

송강호는 대중에게 배우로서 모든 것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꿈을 묻는 질문에 매번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써브라임 제공
송강호는 대중에게 배우로서 모든 것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꿈을 묻는 질문에 "매번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써브라임 제공

칸 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 영화 '어느 가족'에서도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극중 사쿠라 배우의 면회 신인데 이 경우도 대본에 없는 대사를 현장에서 바로 고레에다 감독이 불러줘서 완성됐다. '브로커'에서도 '진짜?'라는 대사가 상현이 가지고 있는 잠재된 서러움이랄까. 이런 애달픔이 순간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관객분들 역시 '브로커'를 보시면서 차가운 현실 속 뜨거운 감정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사랑스러운 아기를 통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이고, 여행을 떠나고,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에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로 가장 차갑게 응축시킨 연출이 완성됐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것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은 '배우 송강호'가 연기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한국 영화계의 전무후무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한국영화가 큰 성장을 이뤄왔는데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준비가 된 멘트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웃음) 정말 제 솔직한 심정인데 꿈이 있다면 제가 좋은 이야기, 좋은 영화, 좋은 연기로 계속 관객들에게 소개되고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수상도 물론 영광스럽지만, 궁극적인 꿈은 관객분들에게 매번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다.

한국영화는 이번 칸에서도 느꼈지만 어딜가든 한국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아주 많이 해주시고 궁금해하셔서 달라진 위상이랄까 이런 것들을 느끼고 왔다. 저 또한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께서 3년 전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릴 때 "이게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다"라고 하셨지 않나. 이 말에 저도 참 동의하는 게 임권택 감독님부터 20년 넘게 한 계단 한 계단 혁혁히 한국영화를 쌓아온 결과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스태프들과 제작자들이 세계시장에서 떳떳하게 자긍심을 가질만한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영화인들이 큰 힘을 얻지 않을까. 배우로서 연기하는데 더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끝>

2kuns@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연관기사] [인터뷰] 송강호 "상업적 재미보다 따뜻한 울림 봐주셨으면"①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