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술사 리을, "지창욱,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②
입력: 2022.05.23 07:00 / 수정: 2022.05.23 07:00

"마술은 동심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생각"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넷플릭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넷플릭스 제공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넷플릭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안나라수마나라' 마술사 리을은 아이와 일등,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마술을 믿냐고 물어본다. 리을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 지창욱은 과연 마술을 믿을까. 아니면 리을을 만나서 마술을 믿게 됐을까.

"마술을 믿는다는 건, 마법을 부리는 행위 그 자체를 믿는다기보다는 마술을 순수하게 즐기는 마음을 말하는 거 같아요. 마술을 보고 순수하게 '너무 신기하다. 즐겁다'라고 느끼면 마술을 믿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저는 반반이에요. 이제는 너무 알아버렸죠. 마술을 보면서 그 자체로 신기하기보다는 '내가 언제 속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니까요. 물론 어렸을 때는 온전히 믿었을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저희 작품 속 마술은 그 사람의 동심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작품은 망토를 휘두르면 사람이 사라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마술과 함께 가난과 성적이 주는 부담감, 바쁜 삶과 현실에 치여 잃어버린 꿈 등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며 환상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동심을 선물해준 지창욱은 현장을 가는 게 마치 놀이공원 가는 것처럼 설렜다고 표현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즐거운 추억과 기억으로 가득해요. 물론 피곤하고, 때로는 걱정도 됐지만 분장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너무 즐거웠어요. 마치 놀이공원 가는 기분이었죠.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였거든요. 요즘 '나는 어떤 배우일까, 어떤 배우가 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필모그래피는 지울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마다 제 몸에 새기는 기분인데, 이런 점에서 나중에 '안나라수마나라'를 돌아봤을 때 저를 만들어준 작품이 될 거 같아요. 이 작업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서 힐링하고 즐겼던 작품이죠."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 속 마술은 그 사람의 동심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 속 마술은 그 사람의 동심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극은 전개될수록 아이와 일등에게서 리을로 시선을 옮긴다. 일등이와 같이 엘리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쁨을 위해 늘 1등을 강요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리을의 숨겨진 과거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폭행과 실종사건의 용의자로도 지목받게 된다.

이후 아이는 유원지에게 경찰들에게 잡혀갈 위기에 처한 리을을 향해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안나라수마나라"라고 말하며 망토를 휘두르고, 그렇게 리을은 사라진다. 이후 아이는 가끔 유원지에 들러 리을에게 편지도 보내는가 하면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지창욱은 이와 같은 결말을 두고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답변을 남겨 웃음을 안겼다.

"촬영할 때는 바닥에 구멍을 뚫어놓고 촬영했어요. 아이가 망토를 던지면 제가 그 구멍으로 들어가 바닥에 숨었죠. 드라마는 판타지지만 현실은 달라요. 그래서 극 중 리을도 무대 장치를 이용해 뒷구멍으로 빠져나가서 다른 유원지를 찾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상상도 해봤어요. 이러면 동심을 파괴하는 거겠죠. 아마 리을이는 어딘가에서 또 본인의 꿈을 좇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주고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지창욱은 인기 웹툰의 드라마화와 한국 최초의 뮤직 드라마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넷플릭스와 첫 인연을 맺으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드라마 '힐러' '수상한 파트너'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안주하지 않고 자기 변주를 꾀하며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냈던 그는 이렇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굵직한 한 줄을 남겼다.

"OTT로 작품을 송출하는 게 처음인데 새로운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처음이라 더 재밌었고,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죠. 전 세계적으로 작품이 송출되고, 해외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건 넷플릭스의 큰 메리트인 거 같아요."

"실패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항상 있어요. 하지만 늘 '도망치지 말자'라고 생각해요. 잘 된 것도 있고, 성적이 안 좋은 작품도 있지만 저에게는 다 큰 도움이 됐거든요.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늘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택하는 편이죠. 혹여 그 작품이 잘 안되더라도 그 이후의 저는 편하거든요. 성공만 따라가다 보면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도 실패에 대한 부담이 늘 있겠지만 도망치지 않으려고 해요."<끝>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인터뷰] '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부담 이겨낸 공감·위로의 힘①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