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부담 이겨낸 공감·위로의 힘①
입력: 2022.05.20 07:00 / 수정: 2022.05.20 09:03

"리을이 돼서 아이·일등 응원해주고 싶었다"

지창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마술사 리을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제공
지창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마술사 리을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저는 원작을 다 보지 않았어요." 이는 배우 지창욱이 '안나라수마나라'에 어떻게 접근하고, 준비했는지 단번에 알게 해주는 대답이다. 작품의 색을 잃지 않되, 원작에 의존하고 끌려가지 않으려는 그의 굳은 다짐은 그렇게 지창욱만의 리을을 탄생시켰다.

지창욱은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에서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로 분해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선물했다. 물론 배우 그 이전에 사람 지창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안나라수마나라'와 리을을 만난 그는 아이(최성은 분)와 일등(황인엽 분)에게 공감하며 잊고 살았던 동심을 다시금 떠올렸다.

"처음 대본을 본 순간부터 제 이야기 같았어요. 저 또한 어렸을 때 가난과 돈, 성적에 관한 압박감 등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리을이가 돼서 아이와 일등이를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대본을 보고 '어렵지만 재밌겠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기대감, 설렘을 복합적으로 느낀 거 같아요. 저만의 리을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죠. '내가 정말 마술을 믿었었나?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 믿은 건 뭐였지? 어렸을 때 꿈꿨던 건 뭐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요."

단순히 이야기와 캐릭터에 흥미를 느낀 게 아니라 아이와 일등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었다는 지창욱의 대답에서 문득 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힘들게 자랐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거기서부터 오는 상실감을 충분히 느꼈고, 현실이 쉽지 않다는 걸 빨리 느꼈어요.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항상 우울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지창욱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원작의 메시지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리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지창욱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원작의 메시지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리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원작인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은 연재 당시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요소로 풀어내며 호평받았다. 그러나 지창욱은 원작을 다 보지 않았다는 의외의 답을 해 놀라게 했다. 원작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본질은 지키되, 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원작은 절반만 봤어요. 제가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원작을 다 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거든요. 물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원작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면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작품이에요. 그리고 원작 속 리을은 너무 멋있어요.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원작을 따라가기보다는 원작이 주는 메시지 위주로 이해하면서 리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감독님도 '원작을 따라가기보다는 본질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시리즈를 만들자'라고 하셨어요. 각자의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저희 작품을 보고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제 나름의 리을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원작의 메시지나 가지고 있는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요."

그렇게 지창욱 표 리을을 탄생시킨 그는 캐릭터 구축뿐 아니라 마술과 노래 연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을 만나 약 3~4개월 정도 마술을 배우며 작품 속 마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았고, 인물의 감정을 노래로 전달하며 판타지적인 효과를 부여했다. 하지만 지창욱은 마술과 노래 이전에 리을의 캐릭터 그 자체가 가장 중요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뮤직 드라마의 강점은 정서적인 감정이나 따뜻한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판타지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청자들도 음악이 나오면 한숨 고를 수 있고요. 리을을 만들기 위해서 노래와 마술이 필수적이었지만 리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디테일하게 잡는 과정도 길었어요."

"리을은 판타지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되게 현실적인 사람인 거 같아요. 어렵지만 재밌었죠. 저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이 인물은 왜 이러한 행동을 하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라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리을이에게는 질문하지 않았어요. 그의 상황이나 그가 느끼는 감정 등 그 자체를 온전히 다 표현하는 데 집중했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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