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년심판' 김혜수, 온전히 '심은석'이 돼야 했던 시간들①
입력: 2022.03.15 07:00 / 수정: 2022.03.16 08:36

"심은석의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으로 많이 울었죠"

김혜수는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아 소년범죄 그리고 소년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넷플릭스 제공
김혜수는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아 소년범죄 그리고 소년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김혜수(52)는 이름 석 자 외에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다. 안정된 연기력으로 36년 간 배우 활동을 하며 사랑받아온 그가 이번엔 법복을 입고 "보여 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고 외치니, 캐릭터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혜수는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에서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속 소년범죄는 단순히 극적인 재미를 위한 소재가 아니라 다각적인 이해와 인식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한 번쯤 고민하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었어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죠. 그래서 모든 참여자들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력했어요. 우리 사회 문제와 청소년 범죄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이는 전 세계에 통용되고,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극 중 심은석은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공공연하게 외치는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이자 소년범죄의 피해자 가족이다. 차태주(김무열 분)는 소년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온 후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된 인물로,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으며 심은석과는 전혀 다른 온도로 소년범을 대한다. 여기에 강원중(이성민 분)은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나근희(이정은 분)는 소년사건을 속도전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네 명의 판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채 사건을 바라본다. 이는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의 행동이 맞고 누구의 행동이 틀리다고 결론 지을 수 없었고, 이를 관통한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교훈이 아닌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에 잠기게 했다. 심은석을 연기한 김혜수 또한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또 되새겼다.

김혜수는 소년범죄와 소년범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가 사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넷플릭스 제공
김혜수는 "소년범죄와 소년범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가 사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넷플릭스 제공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시작한 심은석의 대사가 저를 생각하게 했어요. 사람 김혜수가 그동안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바라본 시각, 충격적인 이슈를 접하면서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던, 혹은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혐오하고 판결을 비판했던 과거의 저를 많이 떠올렸었죠."

"심은석은 법관이자 소년범죄의 피해 가족이에요. 그럼에도 개인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법관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범죄를 혐오하되 거기에 관한 시선과 의무에 대해서는 일관된 신념과 책임을 갖고 있죠. 이는 인간 심은석을 이해하는 걸 넘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도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 혹은 판결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는 관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더욱 각인시키게 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심은석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소년범을 마주하고, 그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똑똑히 일깨워주는가 하면 판사의 역할을 넘어 사건의 증거를 찾아내는 일까지 망설임 없이 해낸다. 이렇게 타인 앞에선 늘 올곧은 모습만 보여준 그는 아무도 없는 늦은 밤에 혼자 달리기를 하고, 물만 벌컥벌컥 마시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러한 인물의 내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 집중한 김혜수는 때로는 촬영을 멈추고, 때로는 속으로 많은 눈물을 삼키며 심은석을 만들었다.

"작품을 준비할 때부터 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과 잠들기 직전까지도 심은석을 놓고 싶지 않았고, 놓아지지도 않았어요. 그럼에도 심은석을 유지하는 게 힘든 순간이 있었죠. 차태주 판사와 첨예하게 신념이 대립하는 부분에서 김무열 배우의 감정에 너무 동화가 되는 거예요. 심은석은 그런 것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 인물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어떤 장면은 감독님과 김무열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리허설을 하지 않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

"법관으로서 피해자 가족을 대면할 때도 흔들림 없이 냉정함을 유지하는 심은석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심은석은 함께 울고, 위로하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그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죠. 차태주 판사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을 대할 때, 그리고 염혜란 배우가 연기한 센터장을 대할 때는 정말 눈물을 많이 참았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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